28일 하루에 '탈원전 블랙리스트' 8개 기관 압수수색…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도 박차인수위 '검경 수사권 재조정' 검토, 검찰권 강화 예고… 실적으로 수사력 입증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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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검찰이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불거진 각종 의혹에 따른 수사를 정부 교체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3년 동안 '임시휴업' 상태였던 이른바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에 따른 전방위적 수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급식(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도 전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는 지난 28일 탈원전 블랙리스트와 관련, 하루 만에 8곳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본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에너지공단·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였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신호탄으로, 불과 사나흘 만에 '전광석화'처럼 수사망을 옥죄고 나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수사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회계·재무자료와 서버 등 디지털 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수사가 또다시 삼성 총수 일가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이번 웰스토리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탈원전 블랙리스트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와 관련, 일각에서는 문재인정권을 향한 '보복수사' 신호탄이라거나 무리한 '삼성 옥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검찰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사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간 것이나, 웰스토리 의혹 수사 부서에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 ▲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1일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1일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검찰의 속도전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수사 건은 사실상 검찰이 오랫동안 '묵혀왔던'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의 경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고발한 지 3년 동안 지체했다가 최근 며칠 새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때문에 28일 박범계 법무부장관 또한 관련 보고를 받고 '참 빠르네'라고 속내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이 같은 검찰의 '태세 전환'을 놓고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본격적인 '코드 맞추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검·경 수사권 재조정'을 검토하는 등 새 정부에서 검찰 권한이 다시 강화될 수 있는 만큼, 굵직한 수사 건에 따른 '실적'으로 수사력을 입증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대검찰청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경 수사권 재조정에 반대하며 버티다 업무보고마저 '패싱' 당한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달리, 대검찰청은 업무보고에 참석해 인수위의 수사지휘권 폐지안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와 마찰이 예상됐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 장관과 다소 엇갈린 행보를 걸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최근 김 총장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더라도 1년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검찰이 전례 없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애를 먹고 있는 '대장동'사건 등 대형사건의 진상규명이나 윗선 밝히기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대장동사건 관련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재판 중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17회 공판까지 기존 혐의점과 증거 공개 등만 반복한 채 소모적 공방만 벌이고 있어 '윗선'을 밝혀낼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지난 5년 문재인정권에서 멈춰버린 수사는 이것(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뿐만 아니다"라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공무원 부당채용 의혹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을 거론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온갖 불법 비리사건들을 하루빨리 정상 수사로 전환시켜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