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 "멸공" 게시물 올린 후 통신조회 2회 당해야당 의원·기자·학자·대학생까지 조회… 뉴데일리 기자들도 피해 입어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뉴데일리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뉴데일리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방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대상이 야당 대선후보와 국회의원, 기자를 넘어 경제인사로까지 확대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7일 검찰로부터 지난해 2차례 통신조회를 당했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인천지방검찰청이 지난해 6월 9일과 11월 8일 각각 한 차례씩 자신의 통신자료(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가입일·해지일)를 받아간 내역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자신은 진행 중인 재판이 없고, 형의 집행도 없고, 수사 중인 사건도 없는데 통신자료를 무단 조회당했다며 분개했다.

    정 부회장의 말처럼 공수처 등 정부 사정기관이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대상은 범죄사건 관계인뿐만 아니라 범죄와 연관성이 없는 일반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민의힘 의원 105명 가운데 93명의 통신기록이 조회된 것으로 확인됐고, 외신을 비롯한 국내외 기자 170여명과 그들의 가족, 학자, 대학생, 유튜버까지 총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국가 사정기관에 넘어갔다.

    뉴데일리 기자 11명, 18차례 통신조회 당해

    본지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사회·법조팀 소속 기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1월 3일 기준), 공수처와 검찰·경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기자는 11명이었고, 조회 수는 18회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공수처가 조회한 기자는 9명, 건수는 11회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자 3명을 4회 조회했고, 인천지검과 서울북부지검, 서울경찰청은 각각 기자 1명을 1회씩 조회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은 정치문제나 고위공직자 비리 등을 취재한 적이 없는 국방부 담당기자나 사진기자의 통신기록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언론사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본지 기자들뿐만 아니라 정부 사정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기자들 가운데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앞서 공수처는 "수사기관은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를 근거로 국내외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언론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공수처는 국가 안전보장이나 범죄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을 통신조회 대상으로 삼았다. 공수처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통신조회를 했더라도 대상자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 명백한 위법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국가 안전보장이나 수사와는 전혀 무관한 '어떤 이유'로 광범위한 대상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이는 국민에 대한 불법사찰"이라고 단언했다.

    "미안하다 고맙다" "멸공" 올린 시기, 통신조회 시기와 겹쳐

    일각에선 공수처 등 사정기관이 주로 야당 정치인과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들을 통신조회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치적 사찰'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여당은 제쳐 놓고 야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만 조회했다는 것은 공수처가 사실상 '야당 탄압'이나 '권력 비호'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과는 전혀 무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통신조회를 당한 이유는 뭘까?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말 랍스터나 우럭 등의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덧붙였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생선 요리 등의 사진을 올린 뒤 "sorry and thank you"라고 쓰는 등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를 일종의 '시그니처'처럼 활용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남긴 것을 풍자한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게시물들이 안팎으로 논란을 빚자 정 부회장은 지난해 6월 8일 "난 원래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린다. 길고 편해서. 그런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 미안하다 OO.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젠 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9일 정 부회장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산주의가 싫다"면서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렸는데, 검찰이 두 번째로 정 부회장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도 지난해 11월이었다.

    숙취해소제 사진에 '#멸공' 해시태그 달자, 바로 '차단'

    석연찮은 일은 또 발생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에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이라는 문장을 덧붙인 정 부회장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해당 게시물이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을 빚자 인스타그램은 이튿날 정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시스템 오류였다"고만 해명한 뒤 해당 게시물을 복구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것도 지워라 #대한민국은 대국이다 #이것도 폭력 조장이냐 #승공통일 #반공방첩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멸공"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중국에 굴종적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 캡처 화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면서 "네이버에 #반공방첩을 검색하면 나온다"며 인천 송림에 위치한 한 고깃집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관련 게시물이 신세계그룹의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지우고, 대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내용이 담긴 기사를 캡처해 올렸다.

    이 글에서 정 부회장은 "내 멸공은 중국보다는 우리 위에 사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며 "괜히 나랑 중국을 연결시키려 하지 마라. 그쪽엔 관심없다. 멸공은 가까운데 있다고 배웠다"고 강조했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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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출처 = 정용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