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내가 다 안고 가야지, 했을 것"… 법조계 "말할 수 없는 상황 처한 듯"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죽을 사람 아니다"… 유족 측 "유서 공개 원치 않아"영장 실질심사 나흘 앞두고 극단 선택… 검찰 "고인의 명복, 공소권 없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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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태였다.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화단에 유 전 본부장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유 전 본부장이 발견된 곳은 그의 자택 인근으로,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유한기, 유서에 극단적 선택 암시경찰은 이날 오전 4시10분쯤 유 전 본부장의 가족으로부터 그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작업을 벌였다. 유 전 본부장 가족들은 유서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실종신고 2시간 전인 오전 2시쯤 유 전 본부장이 걸어서 자택인 아파트단지를 빠져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주변을 수색했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 위치추적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이 오전 2시55분쯤 자택에서 200m 떨어진 아파트 11층에 올라 약 15분 뒤 추락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부검할 방침이다.다만 유족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했다.9일 퇴근 전 사직서 맡겨… 별다른 이상징후 없었다유 전 본부장은 전날 퇴근 전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유 사장이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겼지만 정식 접수되지 않아 대부분의 직원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전날까지도 유 전 본부장에게 별다른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그간 포천도시공사에 정상적으로 출·퇴근해 업무를 봤으며,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뒤를 잇는 2인자라는 뜻의 '유투(2)'로 불렸던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술지원TF단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사장대행 등을 지냈다.성남도시개발공사를 떠난 뒤에는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의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채용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포천도시공사가 출범하면서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의 임기는 다음달 7일까지였다.황무성 "유한기 뭘 잘못했다고 죽나"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던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그의 사망 소식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전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는 아니지 않으냐"며 "죽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황 전 사장은 "모든 것을 다 저질러 놓고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죽나"라며 "그 사람은 시킨 대로 한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최근 유 전 본부장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황 전 사장은 "안 했다. 죽을 정도라면 나한테 무슨 이야기라도 했을 것 같은데,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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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구속과 수사에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유한기 유서에 단서 있을 것… '내가 다 안고 가야지' 생각한 듯"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학과장을 지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책임감이 크거나 자신한테 집중되는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다 안고 가야지' 이런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배 프로파일러는 "영장심사를 앞두고 압박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죄가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 입을 다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왜곡된 생각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사실을 얘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 아닌가 싶다"며 "그가 남긴 유서에 어떤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2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면 기본이 징역 10년 이상인데 형량이 깎이더라도 최소 5년 이상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아니면 이제 중간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자기가 다 뒤집어쓰게 생긴 상황에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죽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14일 영장심사 예정… '공소권 없음' 처분 전망검찰은 지난 9일 유 전 본부장을 대상으로 사건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뇌물 2억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했으며, 오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을 예정이었다.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공식 견해를 전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함에 따라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