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A씨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 위한 작업 돼"검찰 "A회계사 등 경제성을 낮추는 방향의 부당한 요구 받아"
  • ▲ 대검찰청. ⓒ강민석 기자
    ▲ 대검찰청. ⓒ강민석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실무진이 '월성 원전은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받은 뒤, 윗선의 질책을 우려하며 눈물 이모티콘(ㅠㅠ)를 주고 받은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위해서는 경제성이 떨어져야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자책 내지는 실망했다는 의미다.

    문화일보는 6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가 적시된 공소장에 A씨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B차장에게 "(월성 1호기 손익분기점 이용률이) 40% 초반이 안 나온다"며 'ㅠㅠ' 이모티콘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A씨 한수원 B차장에게 고충 토로

    A씨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인물이다. 지난 월성 원전 1호기 계속 가동 경제성을 1700억원 상당에서 한 달 만에 약 8.5배 낮춘 200억원대로 작성된 최종 평가서를 한수원에 보낸 혐의를 받아 지난달 1일 기소됐다.

    B차장은 "마음 같아선 손익분기점 이용률이 40%대면 좋겠지만, 39.6% 나온 대로 다음 사항(보고 등)을 진행해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이미 짜 맞춰 놓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선 손익분기점 이용률 수치가 40%대로 높아야 하는데, 예상보다 수치가 낮게 나왔다는 의미다. 

    공소장에는 또 A씨가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다"며 B차장에게 고충을 토로하는 이메일을 보낸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매체는 또 검찰이 공소장에 "A회계사 등은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로부터 오로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어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두고 합리적 근거 없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는 방향으로만 관련 변수를 입력해 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내용도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 3명과 함께 재판을 받는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지난 2017년 11월 직권을 남용해 한수원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견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8년 6월 15일에는 이사회 의결로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정재훈 사장은 백 전 장관 지시로 월성 원전 1호기에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조작해 가동을 즉시 중단시켜,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 백운규 '배임교사'로 추가 기소 의견

    아울러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당초 백 전 장관을 기소할 때인 지난 6월 30일에 '배임 교사' 혐의를 함께 적용하려 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소집하면서 혐의 적용이 미뤄졌다. 

    수심위에서는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권고를 내렸으나 수사팀은 기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팀은 아직도 백 전 장관에 대해 배임 교사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고하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은 총장이 막고 있는 거냐'는 물음에는 "모든 수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총장께 보고를 드렸고,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묵살 중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