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내가 직접 챙기겠다"… 2020년 10월, 피살 공무원 아들에게 편지로 약속유가족 "靑, 북한 사과문 공개하며 北 입장 대변… 유족 입장은 헤아리지 않아"법원 "개인정보 제외하고… 진술조서, 수사자료, 靑 보고·지시 공개" 판결靑 국가안보실… "정보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못하겠다" 항소
  • ▲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수부 공무원의 유족 이래진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수부 공무원의 유족 이래진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청와대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은 A씨의 아들이 "대통령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고 써 보낸 편지에 답장하면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어업지도선 동료 9명의 진술조서, 청와대에 사건 당일 주고받은 보고·지시사항 등을 공개해 달라는 A씨 친형 이래진 씨의 정보공개청구를 청부 측이 거절하자 이씨는 지난 1월13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항소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사과문을 공개하는 등 북한의 견해를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유족의 처지를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靑 국가안보실 '일부 공개하라' 법원 판결에 불복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소송대리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 11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달 12일 피살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가 국가안보실장·국방부장관·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22일 사건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해경·해양수산부와 주고받은 보고·지시 관련 서류 등 3건을 열람 방식으로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정보 가운데는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등에 관한 정보가 포함됐다.

    법원은 해경이 공개하지 않은 수사정보와 관련해서도 ‘무궁화 19호 직원 9명의 진술조서’ ‘해경이 작성한 초동수사 자료’ 등도 개인정보를 제외하고는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개인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수사 절차의 투명성 확보의 관점에서 봤을 때 비공개를 통한 이익보다 작지 않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 공개 등의  정보공개 청구는 기각 또는 각하로 판결했다. 북한군 대화, 북한군 위치, 북한군 활동내역, 북한군 통신내용 등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작성된 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 법원은 북한군이 피해자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과 북한군이 동생을 발견한 좌표는 국방부가 보유하지 않은 정보라고 판단했다.

    피살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무엇 때문에 숨기나"

    이씨는 "법원이 공개하라는 정보들은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알려진 내용들인데, 그마저 정부가 숨기려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정부가 재판에서 패소하면 항소를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시까지 했는데도, 청와대가 항소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한과 '보여주기식 평화'에만 몰두하고, 북한에 의해 피살된 국민의 사망 경위는 숨기기에 급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판결 직후에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년 넘게 걸려 선고까지 왔는데 정말로 한심하고 무능한 정부”라며 “자신들의 면피를 위해 말하는 통신기록 내용을 믿으라고 하는데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