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사퇴 압박해 사직서 받아 놓고 1달간 보관… 황무성 사임 5일 전 인사팀 제출3년 임기 중 1년7개월 남기고 중도사퇴… 성남도공선 황무성 사임 전혀 예상 못해
  •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당시 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의 사직서를 받아 놓고는 그가 퇴임하기 불과 5일 전에 인사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이 퇴임한 후 사장직무대리는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맡아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는데, 당시 공사 직원들은 황 전 사장이 갑자기 사퇴해 의아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 사임을 사내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을 비롯해 사직서가 석연찮은 과정으로 처리된 배경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기, 황무성 사직서 받아 놓고 1달간 '모른 척'"

    황 전 사장이 지난달 28일 채널A를 통해 공개한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유한기 전 본부장은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 "아이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그렇게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시장 허락을 받아 오라고 그래"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유 전 본부장은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또 시끄럽게 갈까 봐"라고 하자 황 전 사장이 "누가"라고 묻고 유 전 본부장은 "지휘부가 그러죠"라고 답했다.

    황 전 사장이 "(사표를) 내주에 내 줄게"라고 하자 유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박살 납니다"라고 답했다. 40분간의 대화 녹취파일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을 8번, 유 전 직무대리를 11번, 시장은 4번 언급했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우연한 기회에 이런 사실을 알게 돼 황 전 사장과 그나마 친분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사기 사건) 재판이 확정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누가 되거나 황 전 사장 본인의 명예를 고려해 사퇴를 건의하게 됐다"며 "그 와중에 녹취록 내용과 같이 과도하게 권유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성남도공 직원들, 황무성 사표 낼 줄 '몰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을 이같이 압박해 받은 사직서를 한 달 동안이나 회사에 제출하지 않았다. 통상 임·직원 사직서 처리는 퇴임식 전 7일 이상 걸리는데도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전까지 공사 내부 관계자들은 황 전 사장의 사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지난 17일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황 전 사장이 3년의 임기를 1년7개월가량 남기고 중도사퇴한 과정을 조사했다.

    퇴임식 준비 및 행정절차 등으로 사직서 처리는 통상 7~10일가량 걸리지만, 황 전 사장의 사표는 2015년 3월11일 퇴임 불과 5일 전인 3월6일에야 인사팀에 접수됐다고 한다. 

    검찰은 황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유를 비롯해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처럼 사직서를 한 달가량 보관한 배경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개된 사퇴 압박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6일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命)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기입니다"라며 14차례에 거쳐 사퇴를 압박했고, 결국 당일 황 전 사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았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였다.

    유한기, "지휘부" 거론하며 황무성에게 사퇴 압박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53·전 성남시 정책실장)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의 이름도 여덟 차례 언급됐다. 2015년 2월6일은 화천대유자산관리 설립일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사퇴 압박이 이와 관련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압박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유 전 본부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천화동인7호 소유자인 배모 씨를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배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1000만원을 투자해 12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전날 곽상도(62)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하나은행 본점·여의도점 등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조만간 곽 전 의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