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7일 이해찬과 회동… 다음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특검 수용"이해찬식 코칭" 관측에… "좋은 일" "중도 확장에 도움 안 돼" 반응 갈려
  • ▲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종현 기자
    ▲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돌연 특검 수용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상왕'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조언이 이 후보의 정무적 판단에 촉매가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해찬 등판론과 관련.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이해찬식 코칭, 이 후보에 영향 미쳤을 것"

    이 후보는 18일 공개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곧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특검'을 말했던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특검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10일 관훈토론회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다면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을 포함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당·정 갈등의 원인이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제안도 18일 돌연 철회했다.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철회를 시사한 것이다. 대신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여론이 6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지지율 고착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대장동 의혹과 당·정 갈등은 물론 청와대까지 난처하게 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이 후보가 하루 사이에 모두 정리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해찬식 코칭'이 이 후보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17일 저녁 회동했는데, 이 자리에서 여권에서 강력한 지도력과 경험을 가진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에게 다양한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9일 "대장동 특검은 후보의 결단에 따라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었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며 "그러나 당 내의 백마디 말보다 이해찬 전 대표 같은 정신적 지주의 한마디, 이해찬식 코칭이 이 후보의 마음에 더 크게 와 닿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해찬 전면 등판론에 의견 분분

    또 다른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 정도 되는 분이 어지러운 당 질서를 잡아 주시고 후보에게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좋은 일"이라며 "하지만 막후에서 이런 조언이 계속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막후에서 이 전 대표가 '훈수정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전면 등판론'과 관련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전면 등장과 관련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당이 가진 훌륭한 자산을 총결집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그 부분은 선대위와 후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묵은 이미지를 가진 이 전 대표가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해찬 전 대표가 중도 확장이 주특기가 아니다"라며 "9년 전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한테 지던 해에 그때도 별로 대선에 도움 안 된다고 (당 대표를 하다가) 중도사퇴했던 사람을 뭘 또 다시 전면에 내세우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