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진상-유동규 통화' 보도… 5일부터 사실상 언론 '백블' 차단14일 "언론이 진실 묵살" 적개심… 15일엔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공감이라도 한 번 누르고, 댓글이라도 한 번 써라"… 비판언론에 '좌표'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연일 언론을 비판하며 각을 세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또 다시 언론의 백브리핑(즉석 질의응답) 요구를 외면했다.

    지난 5~12일 백브리핑을 하지 않던 이 후보가 14일 백브리핑을 통해 언론을 작심비판한 뒤 15일 다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언론을 대하는 이 후보의 태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15일 언론 백브리핑 요구 외면

    이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후 회의장을 나선 이 후보는 백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다음 행사장인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기자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이 후보를 향해 "(언론을 향한) 기울어진 운동장 발언이 어떤 의미냐" "종부세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굳은 표정으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본관 2층 회의실에서 본관 문앞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했다. 이 후보 측 경호원과 수행단은 이동 중에 "오늘 하실 말씀 없으신 것으로 안다"며 기자들을 밀어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차량에 탑승한 이 후보는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된 e-스포츠 발전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 행사에 참여했다. 이 후보는 차량이 이동하는 2분여 만에 입고 있던 와이셔츠와 넥타이, 선거용 점퍼를 벗고 회색 자켓과 검은색 목티로 갈아 입었다.

    밝은 모습으로 행사장에 들어선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e-스포츠산업 발전을 거론하며 "국군체육부대(상무)에 e-스포츠 팀을 대대적으로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이 후보는 모두발언과 사진 촬영을 마치고 행사 관계자와 정청래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e-스포츠와 관련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행사장을 나선 이 후보는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또 다시 묵묵부답이었다.

    8일에는 수행단과 기자들 사이에 몸싸움 벌어지기도

    이 후보가 기자들의 질의를 외면한 것은 지난 5일부터다. 지난 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과 통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였다. 이 후보는 이후 관련 견해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답하지 않았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회의 직후에는 민주당 선대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당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은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걸으면서 말씀 안 하십니다. 물러나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스타트업 관계자와 점심식사 뒤에도 강 의원은 "후보는 걸으면서 말하지 않는다. 앞으로 (백브리핑은) 절대 없다"고 예고했다.

    8일 오후 이 후보가 조계종 예방을 마친 뒤에는 몸싸움도 벌어졌다. 기자들이 이 후보에게 질문하려고 다가서자 경호원과 수행단이 막아섰는데, 기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신체접촉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이 대신 답변하겠다고 나섰지만, 기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박 의원은 "앞으로 대변인 백브리핑은 하지 않겠다. 대변인이 왜 필요하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후 12일까지 백브리핑을 하지 않던 이 후보는 13일 부산 방문에서 오랜만에 백브리핑을 가졌다. 이마저 질문을 '일정 관련 사안'으로 제한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 가족들과 만난 이 후보는 모두발언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단 하나의 질문에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공산주의 실현이 무슨 큰 의미가 있다고 동족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수백만 명이 생명을 잃고 전국이 초토화되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가"라고 개탄했다. 이 후보가 백브리핑을 중단한 지 8일 만에 처음으로 기자의 질의에 답한 것이었다. 

    언론에 적개심 드러내기도

    다음날인 14일 경남 거창군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백브리핑에 나선 이 후보는 직접 언론을 비판했다.

    언론 비판을 이어가던 이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대한민국 언론이다 해시태그 캠페인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공감이라도 한 번 누르고, 댓글이라도 한 번 쓰고, 친구에게 좋은 기사라고 알리고, 거짓말하면 그거 아니라고 해야지 세상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면서다.

    "저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것으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분개한 이 후보는 "누군가가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2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나서도 "언론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며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톡으로, 우리의 텔레그램 방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고 주장했다.

    野 "지지층에 여론조작 지령 내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언론을 '적'으로 규정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야당은 이 후보가 지지층에 사실상 여론조작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이재명 후보가) 내가 하면 민심이고 남이 하면 댓글 조작이라는 내로남불 정신을 갖고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여론조작, 좌표 찍기를 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며 "지금 가짜뉴스를 누가 만들고 있나. 다름 아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소통 창구를 정비하고, 언론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의 한 의원은 15일 통화에서 "무작정 백브리핑을 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메시지가 중첩되거나 와전되는 것이 문제라면 메시지 창구를 가다듬어야 한다. 대선 내내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져 여론이 오히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후보의 언론관에 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당선이 확실시되자 MBC 인터뷰에 응했는데, '여배우 스캔들' 당사자인 김부선 씨 관련 질문이 나오자 "잘 안 들리는데요"라면서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해 논란이 됐다.

    지난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한 패널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우리 OOO 패널님이 좀 편향적이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