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北 유엔대사 “유엔사, 미국이 불법으로 만든 것…유엔 이름 쓰지만 지휘는 안 받아”美안보전문가들 “종전선언과 관련된 주장… 한미동맹 분열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
  • ▲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했다.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은 종전선언과도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포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北 유엔대사 “유엔사는 유엔과 무관한 미국의 불법조직… 해체해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10월27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 제4위원회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김 대사는 “한국에 있는 유엔사는 미국이 불법적으로 창설한 조직으로, 예산과 행정 모든 면에서 유엔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면서 “1950년에 불법으로 창설한 유엔사는 사실 유엔에 지휘권도 없어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사령부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 당시 유엔사 해체 결의가 채택됐다고 언급한 김 대사는 “유엔사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주장은 한국에 대한 점령을 합법화·영속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은 “유엔사를 해체하라는 북한의 주장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라며 “2018년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이 유엔사를 ‘괴물’이라며 해체를 주장했고, 2019년에도 ‘유령’이라 부르며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美 안보전문가들 “북한의 주장, 종전선언과 연관… 최종 목표는 한미동맹 분열”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이 최근 한국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인이 문재인정부의 주장과 달리 단순히 정치적·상징적 제스처로 끝나지 않고 6·25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유엔사의 존립 근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 유엔사령부가 사용하는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사령부가 사용하는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의회(CFR) 한미정책국장은 “정전협정을 대신해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관리할 수 있는, 상호 합의한 대안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 선언에 따라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체제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한미동맹 분열이다. 북한은 한미동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않는 편”이라며 “북한은 그런 관점에서 한미동맹 요소 중 하나인 유엔사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에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고 강조한 베넷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을 하면 ‘전쟁이 끝났으니 유엔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최근 종전선언이 자주 언급되는 가운데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전략의 일부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기네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종전선언을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포함 18개국 참여한 유엔사… 한반도 유사시 대북 억지 전력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를 채택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일부만 사실이다. 당시 유엔총회는 북한의 주장을 담은 결의와 함께 남북대화 촉구 등 한국 의견을 담은 별도의 결의를 동시에 채택해 어느 한 쪽 의견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유엔사는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의 주체이기도 하다. 정전 당시 유엔사는 한국군 59만 명을 포함해 17개국 93만3000여 명의 병력을 휘하에 거느렸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된 뒤로 유엔사는 남북 양측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를 주로 맡고 있다.

    다만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6·25전쟁 때처럼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 18개국의 전력을 지휘할 수 있다. 유엔사 후방지원사령부는 현재 호주군 대령이 책임자다. 후방지원기지는 주일미군이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