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컷오프 전 대선후보 12명 한자리에… 긴장감 없어 일부 후보 딴짓 눈살尹 "80여 규제 즉시 폐지", 洪 "긴급명령 발동해 귀족노조 패악 막겠다"
  •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박진, 홍준표, 윤석열, 하태경, 유승민)ⓒ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박진, 홍준표, 윤석열, 하태경, 유승민)ⓒ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7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후보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비전을 겨루는 공약 발표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비전 발표회와 달리 후보 간 질의응답 기회도 주어졌지만, 12명의 후보 난립에 시간에 쫓기고 질문 주제도 한정해 긴장감 없는 행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참석한 후보들은 휴대전화를 보는가 하면 일부는 행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 스튜디오에서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을 개최했다. 발표회에는 안상수·장성민·홍준표·박찬주·유승민·박진·최재형·장기표·황교안·하태경·원희룡·윤석열 등 12명의 후보가 모두 참석했다.

    후보당 7분간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발표와 2분간 지정된 타 후보(A 후보가 B 후보에게, B 후보가 C 후보에게 질문하는 식)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됐으며, 여분 1분까지 고려해 후보당 총 10분이 주어졌다.

    윤석열 "차기 정부 출범 즉시 80여 규제 폐지"

    먼저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판하며 정책 전환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에서 단시간 근로자 수는 현저히 증가했고 고용의 질은 크게 저하됐다"고 지적한 윤석열 후보는 "직접적인 재정지출에 의한 보여주기식 일자리 만들기와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어 "규제 혁신과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수요를 증진시키겠다"며 "규제영향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방해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창의와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차기 정부 출범 즉시 약 80여 개의 대표적인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해 기업의 성장 동기를 저하하는 요인을 없애겠다는 '규제 혁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국가가 인증한 아이 돌보미를 가정에 파견하고, 어린이집 교사 대비 아동 비율을 적정선으로 줄여 어린이집 보육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는 돌봄 사각지대 해소도 내걸었다.

    홍준표,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등 공약

    홍준표 후보는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회를 양원제로 하고 상원 50명, 하원 150명 정원에 비례대표제는 폐지하는 안이다. 또 대통령제는 4년 중임제로 하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며 지방행정체계를 현행 3단계에서 중앙과 지방의 2단계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도심 고밀도 개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비롯해 공공부문 쿼터 아파트 도입으로 공급을 대폭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경남지사 시절 강성노조와 싸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강성 귀족노조의 패악을 막고 노동유연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안보·국방정책 대전환도 내걸었다. 그는 "강력한 안보로 국가 존엄과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 북한은 물론이고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홍준표 후보는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 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협정을 맺어 북한의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4군 체제로 군을 개편하고 모병제와 지원병제로의 전환을 추진해 미래 전자전 시대에 걸맞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정부는 (민주당) 180석의 무소불위한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정치력·추진력·소통능력이 완비되지 않고는 다음 대통령은 자칫하면 2년간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한 홍준표 후보는 민주당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거냥해 "경기도의 차베스(베네수엘라 전 대통령)를 잡을 사람은 홍준표가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장기표 "이재명, 유승민 이길 자신 있어서 두렵다 해"

    유승민 후보는 이재명 지사가 야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로 자신을 꼽은 영상을 재생하며 "내년 3월9일 반드시 민주당을 박살내고 성공한 시대를 활짝 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장기표 후보는 질의응답 시간에 "이재명 지사의 말을 믿느냐. 유승민 후보하고 붙으면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역선택임을 꼬집었다.

    후보별로 개별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만큼 퍼포먼스도 눈에 띄었다. 안상수 후보는 지휘봉을 들고 나와 베토벤의 '운명'에 맞춰 지휘한 뒤 "저의 운명을 제가 지휘했듯 대한민국을 지휘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와 달리 후보들 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으나, 질문을 공약 관련으로 한정하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상호 치열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후보들은 2시간이 넘는 행사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는가 하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 자리를 떠나 국민의힘 당직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많은 상태에서 개최되는 이런 대형 행사는 소모적이고 지루할 뿐"이라며 "경선을 진행하면서 후보들 간 치열한 토론으로 주목받는 행사가 기획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행사가 끝나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의 수사 요청과 관련해 "저는 할 말 다 했고, 어떤 식으로든 조속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유승민 후보는 "김웅 의원에게 최대한 진실대로 국민께 말할 의무가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대로 얘기할 것으로 저는 믿는다"며 "윤석열 후보 측에서 김 의원이 마치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하는 등 당 내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을 굉장히 우려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웅 의원은 8일 오전9시30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대선 캠프 대변인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13~14일 '국민여론조사 80%, 책임당원 여론조사 20%'로 1차 컷오프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12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5일 8명을 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