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선 약속… 혼란 진심으로 사과" 이준석 고개숙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대선 경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 내홍에 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선 관리를 약속하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원팀'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윤석열 예비후보 측과 설전에 이어 원희룡 예비후보와 '녹취 공방'을 벌이는 등 당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서 갈등을 심화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 내 다소 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께서 애타게 기대하시는 대로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선거"라고 강조한 이 대표는 "비록 그 방법론과 절차에 있어서 다소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는 이상 이런 이견보다는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지금까지의 혼란과 여러 부족했던 점에 대해 사과 말씀을 올리고, 앞으로도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우리 지도부가 경주하겠다고 약속한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앞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경선준비위원회가 선관위 구성 전 토론회를 추진하는 등 월권을 휘둘렀다며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경준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윤석열·원희룡 예비후보 측과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 원희룡 예비후보와는 "윤석열 정리된다"는 녹취록을 놓고 진실공방을 계속하며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일부 당 지도부마저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며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의 이날 사과는 당 내 갈등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달 말 시작되는 경선에 찬물을 끼얹어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약속하면서 '결집'을 강조한 것도 그간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상한 감정을 뒤로 하고 오직 정권교체만 바라보는 '원팀'을 이루자고 당부한 것이다.

당 지도부도 이날 최고위에서 내홍을 봉합하려는 메시지를 주로 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는 엄격하고 공정한 경선 심판자이자 준비자·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 모두가 참여해 함께하는, 그 후보 누구 하나가 정권교체 대업에서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근사하게 한 곳에서 뛸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 분란에 관한 이 대표의 사과와 공정한 경선 관리 약속에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와 직접 대립각을 세웠던 원희룡 예비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정을 마친 뒤 "어떤 이유가 됐든 당 내 분란으로 비치고, 그 과정에서 당 대표와 예비후보 간에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할 뿐"이라며 "당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잘 지켜가겠다고 약속하고, 국민께 겸허하게 사과했으니 저도 심기일전해서 대표께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 캠프는 윤 예비후보가 이 대표와 직접 갈등을 겪지 않은 만큼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당의 화합 중요하다"며 "그런 흐름에서 당 대표의 사과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