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녹음 파일 공개하라" vs 이준석 "그냥 딱합니다"李·尹 내전 이어 李·元 갈등 폭발… 하태경 "원희룡, 후보직 사퇴하라"원내 의원들 서병수 경준위원장 향해 "공정한 경선 해야"
  • ▲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뉴데일리DB
    ▲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뉴데일리DB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기도 전에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토론회를 둘러싼 '투스톤 내전'에 이어 이번에는 '정리된다' 는 이준석 대표 발언의 해석을 놓고 당 대표와 대권주자 사이에 갈등이 폭발했다.

    원희룡 "'정리된다'는 尹 지칭… 李, 녹음 파일 공개하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대표는 저와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원 예비후보는 하루 전인 17일 국회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예비후보는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발언 직후 당 경선 관리 공정성의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되며 당 내 갈등이 더욱 격화했다. 특히 토론회를 둘러싼 이 대표와 윤 예비후보 측의 신경전이 '취소 결정'으로 겨우 봉합되는 국면에서 당 지도부의 권위가 또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에 이 대표는 같은 날 늦은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원 예비후보와 통화한 녹취록을 일부 공개하며 "저거 곧 정리한다"는 발언은 '갈등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원 예비후보는 "정리한다"의 주체는 '갈등'이 아니라 '윤 예비후보'라며 이 대표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한다. '저거 곧 정리한다'는 이 대표 발언의 대상은 ('갈등'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부분 녹취록을 인공지능(클로바노트)으로 정확하지도 않게 일부만 풀어 교묘하게 비틀어 뉘앙스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원희룡 기자회견 직후 "그냥 딱합니다"

    원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그냥 딱합니다"라는 말로 심중을 대신했다. 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주한 러시아대사를 접견한 뒤에도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페이스북 입장 그대로"라며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준석계'를 자처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이·원' 내전에 가세했다. 하 후보는 18일 예정했던 공약발표회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원 예비후보를 겨냥해 "균형감각과 이성적 판단능력을 상실했다"며 "더 이상 분탕질로 당을 흔들지 말고 즉각 대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갈등이 정리될 만하니까 새로운 소재를 들고 나와 분탕질 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한 하 후보는 "당 대표 몰아내고 전당대회라도 나올 생각인가. 아니면 당을 박살내더라도 자신의 이름값만 높이면 된다는 의도인가"라며 "대통령후보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원희룡, 사퇴하라"… 최재형 "당이 단합해야"

    당 내 분란이 심화하는 모습에 최재형 예비후보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최 예비후보는 이날 오전 대한노인회 간담회 방문과 오후 이슈 브리핑 후 두 차례에 걸쳐 "분열 양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당의 단합과 결속"을 촉구했다.

    최 예비후보는 다만 통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녹취와 내밀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지만, 논란이 됐다면 그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예비후보는 '집안 싸움'과 관련 "어린 당 대표가 들어오니 기존에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저항하고 얕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예비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원과 국민이 뽑은 대표면 조금 부족해도 옆에서 도와줄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 대표가 (선출된 지) 지금 두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흔들어서야 되겠나.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 사이의 갈등국면에 이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당초 이번 의총은 야당 몫 국회 부의장과 7명의 상임위원장 후보자를 내정하는 자리였다.

    당 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은 의총에서 경준위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데 따른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 의원은 "경준위원장을 하면 정쟁에 빠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후보 측이나 최고위원은 경준위 활동에 마치 어떤 목적이 있는 것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을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당 내 '반목' 현상 심화… 지도부는 '감정싸움'

    서 의원은 이어 "토론회는 당시 우리 당 후보 대부분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지게 됐던 것"이라며 "왜 이렇게 지도부를 흔드는 것인지 제발 좀 자중해 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발언 직후 일부 의원들은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곽상도), "그게 저희가 원하는 것"(김정재)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최 예비후보 캠프의 전략총괄본부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도 회의장 밖에서 "서 의원 혼자 일방적으로 말했다"며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공정한 경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내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은 당 지도부의 감정싸움으로도 치닫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정신 차리라"고 경고했고, 이에 배현진 최고위원이 "나도 경고하겠다"고 맞받아 분위기가 냉각됐다는 전언이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잦은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훈계 조로 쏘아붙였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