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모더나 측 백신 공급 차질 사과했다"… 의료계 "빈손 방문에 또 모더나에 끌려가"
  • ▲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모더나사(社)를 방문한 우리 정부 대표단이 "모더나 측이 8~9월 국내에 공급하는 백신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더나 측이 이번 주에 백신 물량과 공급 일정을 재통보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 약속을 받지 못해 '빈손 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모더나사 측이 백신 물량 공급 차질로 인해 한국 정부·국민에게 어려움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이미 통보한 공급량보다 더 많은 물량의 공급과 9월 조기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모더나 "9월 공급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

    중대본은 이날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과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대표단이 지난 13일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공급 차질 및 공급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모더나사가 8월 한국 공급물량(850만 회분)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온 데 따른 '항의성' 방문이었다.

    당시 논의 자리에 모드나 측에서는 코린 르 고프 최고판매책임자, 폴 버튼 최고의료책임자, 존 르포 정부 담당 부회장, 니콜라스 코넷 국제 생산 부회장, 패트릭 버그스타드 상업용 백신 부회장 등 백신 국제 판매와 공급을 담당하는 책임자 8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 대표단은 모더나사의 백신 공급 차질로 인해 모더나사의 신뢰와 평판이 훼손되고, 예방접종 계획 변경에 따른 국민 혼선이 발생한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수차례 전했다.

  • ▲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사(社)에 조속한 백신 공급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사(社)에 조속한 백신 공급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은 협력 제조소 실험실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 원인이 있다. 이 문제는 현재 해결된 상태로 7월 물량은 점진적으로 출하되고 있다고 한다.

    모더나사는 한국에 이미 통보했던 물량보다 8~9월 물량을 확대하고, 9월 공급 일정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물량과 공급 일정은 이번 주까지 다시 통보해 주기로 했다. 대표단 방문에도 구체적인 물량 확약을 받지 못한 것이다. 모더나사가 대표단에 약속한 것은 기존 통보한 공급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9월 조기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국내 생산 중인 모더나 출하 협의도 소득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위탁생산 중인 모더나 백신의 국내 출하 시기에 대한 협의도 소득이 없었다. 위탁 생산과 여러 품질검사, 허가 등 절차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한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강도태 2차관은 "이번 대면 회의에서 8·9월 모더나 백신의 물량 배정 확대와 안정적 공급을 요청했고, 대표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부합하기 위해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회의에 임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백신의 안정적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 국민들이 예방접종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접종을 받아 추석 전까지 3600만명 1차 접종을 달성하고, 하루라도 빨리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주 범정부 백신도입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구체적인 진전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모더나에게 저희가 유감을 표명했고 모더나사는 그에 대해 사과의 의사를 표시했다"며 "또 앞으로의 공급계획을 이번 주말까지 통보해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9~10월에야 부족현상 해소… 정부, 또 둘러대기만"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표단 방문이 실질적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모더나 측이 전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백신 물량이 조금 더 배정되긴 할 것 같지만 결국 모더나 사에 또 끌려가는 꼴"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최 교수는 "백신 부족 현상이 해소된다는 건 결국 9월, 10월 얘기다. 곧바로 백신 부족 문제가 얼마나 해소될지는 의문"이라며 "이번에도 모더나 측의 발표만 듣고 정부가 정확한 확답은 얻어오지 못한 채 둘러대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