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6월에 입건해 8월까지 '무소식'… 수사시기와 국민의힘 경선·대선 시기 맞물려 '대략 난감'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 준비에 착수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난감해진 모양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수사에 속도를 낼 경우 '수사기관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지난달까지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선거개입' 논란을 자초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6월 입건해 8월까지 고발인 조사도 안 해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식 수사를 개시한 것은 지난 6월 4일이다. 윤 전 총장은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등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수사에 착수한 뒤 2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사건 관련 압수수색은 물론 참고인 조사·고발인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공수처가) 부르면 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사건을 입건한 채 진척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본격적인 경선 준비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권영세 의원(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나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가는 것이 도리"라며 입당 사유를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 참여의지를 밝히면서 공수처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본다. 경선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윤 전 총장 수사에 대해 ‘대선 개입’이나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인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인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8월부터 경선, 11월부턴 '대선 정국'… 尹 수사 진작 마쳤어야 

    국민의힘은 이달 초까지 국민의당과 합당을 마친 뒤 오는 30~31일 당내 경선 후보자 접수를 시작으로 경선 레이스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이후 오는 9월 15일 1차 예비경선과 2차 예비경선으로 4명의 후보를 추린 뒤 11월 9일, 한 명의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보다 빠른 10월 10일에 최종 후보를 내놓기 때문에 11월부터는 양당 후보간 대선 경쟁이 치열해질 게 분명하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국민의힘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사건도 기소·불기소 처분을 못 내린 공수처가 7호 사건인 윤 전 총장 사건을 어떻게 경선이나 대선 이전에 마무리할 수 있겠나"라며 "3호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의혹 수사나 4호 사건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등이 쌓여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는 빨라야 올해 11월, 늦으면 내년 초쯤에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이어 "선거에 영향이 가지 않게 윤 전 총장 사건을 수사하려고 했다면 지난달까지는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다"며 "공수처는 이제 수사를 하든 하지 않든 스스로가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공수처장 "선거에 영향 주지 않겠다"… 법조계 "과연 지켜질지 의문"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6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총장 수사가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선거에 영향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처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선일정과 대선 시기가 구체적으로 점쳐지는 만큼, 앞으로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선거개입 논란을 피하겠다는 김진욱 처장의 다짐이 실제 지켜질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 변호사는 통화에서 "공수처가 불기소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 과정까지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일정을 (언론에) 흘리는 것만으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흠집내기는 충분할 것"이라며 "(공수처장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게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