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 한반도 통합한 적 없어" 이재명 발언 논란이낙연 "호남후보 확장성 문제 삼은 것"… 정세균 "천박한 역사인식"
  •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이 알려지면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반발하고 있다. 반면 PK 출신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를 편들고 나섰다. ⓒ뉴시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이 알려지면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반발하고 있다. 반면 PK 출신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를 편들고 나섰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때아닌 '백제' 논란으로 영·호남으로 갈라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호남 불가론'으로 해석하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독대해 과열된 경선 분위기를 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의 발단은 이 지사의 인터뷰 발언이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는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로서 자신이 필승 카드인 이유를 묻자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이길 카드가 뭐냐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를 받을 수 있는 후보는 나라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재명·김두관 vs 이낙연·정세균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호남을 연고로 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발언을 '호남 불가론'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이 지사의 발언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호남 후보를 폄훼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면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바늘은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전북 출신 정 전 국무총리도 25일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이기주의 역사인식"이라며 "정치적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질타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이 내용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문제를 제기한 캠프 인사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 유일한 PK(부산·울산·경남) 후보인 김두관 의원이 이 지사를 편들고 나섰다. 

    김 의원은 25일 "이재명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낙연·정세균 두 후보는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고 경계했다.

    "이재명·이낙연 직접 만나 대화 나눠야"

    그러자 이 전 대표는 26일 "뭘 왜곡했다는 얘기인가"라며 "상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이라고 재반박했다. 이 지사도 같은 날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이 전 대표 측의 비판을 '흑색선전'이라고 폄훼했다.

    대선주자들이 '백제 발언'을 두고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어 전선을 형성하자 민주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후보들 간에 지역주의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다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오는 28일부터 코로나19로 연기됐던 TV토론회가 재개되는 것도 걱정이다. 민주당 선관위 차원에서 28일 오전 페어플레이 협약식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토론회의 특성상 어떤 돌발 발언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토론회는 후보자끼리 직접적으로 감정이 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자리"라며 "당이 나서는 것도 좋지만 두 후보가 스스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한다. 또 그런 모습을 보여야 후보를 돕는 사람들과 지지자들의 감정도 식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