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코로나 초기 대응, 의심증상 보고 여부, 방역지침 등 전반적으로 볼 것""일부 군인에만 책임 지우고 끝내는 것 아니냐”… ‘공군 법무실’ 답습 우려도
  • ▲ 서울공항에서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청해부대 34진 장병들. ⓒ강민석 기자.
    ▲ 서울공항에서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청해부대 34진 장병들. ⓒ강민석 기자.
    국방부 감사관실이 22일부터 ‘청해부대 사태’와 관련한 전방위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군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지난 5월 시작했던 공군 법무실 부실수사 의혹 조사처럼 제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방부 감사관실 “청해부대부터 국방부·합참·의무사·해군, 전방위 감사할 것”

    국방부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22일부터 8월6일까지 청해부대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청해부대 관련 부서, 국군의무사령부·해군본부·해군작전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에서 코로나 감염자 발생 초기 대응을 제대로 했는지, 감염 의심증상자가 생긴 뒤 실제로 본국에 보고가 이뤄질 때까지의 문제, 의무사령부가 만들어 제공한 방역지침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의무사령부는 코로나 의심증상을 “감기”라고 진단한 데 따른 책임도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또한 청해부대 지휘권을 가진 합참, 부대 운영에 책임이 있는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본부를 대상으로도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청해부대 대량감염 당시 합참과 의무사령부의 행태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 직후 국방부와 합참이 밝혔던 내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과 다른 점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특히 합참과 의무사령부의 행동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청해부대에서 코로나 의심증상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7월2일이다. 청해부대는 10일에야 합참 파병부서와 주간 화상회의에서 “감기 환자가 많이 생겼다”고 보고했다. 그것도 회의 말미에 지나가는 말처럼 덧붙인 내용이었다. 

    지난 10일 코로나 의심증상자는 부대원 301명 가운데 95명이었다. 11일에는 105명까지 증가했다. 이때 의무사령부가 의심증상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실시했다. 

    의무사령부는 문무대왕함에서 실시한 X선 검사 결과 폐렴 진단을 받은 사람이 없고, 현지 날씨가 우기(雨期)라 감기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유를 들어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했다.

    합참 파병부서는 이후 ‘감기 증상자 급증’을 이유로 문무대왕함을 기항지에 조기 입항하도록 하고, 작전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합참 파병부서는 12일에도 청해부대로부터 코로나 의심증상자 급증에 따른 서면보고를 받았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기 환자’ 취급받던 코로나 의심증상자가 폐렴 증세를 보여 현지병원에 입원했다고 14일 청해부대가 보고한 뒤에야 합참 파병부서는 군 수뇌부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첫 코로나 증상자 발생 12일 만이었다.
  • ▲ 문무대왕함에 올라 방역작업 중인 군 관계자들. 코로나 대유행이 지난해부터 시작됐음에도 군 당국의 방역인력 확충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제공.
    ▲ 문무대왕함에 올라 방역작업 중인 군 관계자들. 코로나 대유행이 지난해부터 시작됐음에도 군 당국의 방역인력 확충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제공.
    성일종 의원 “합참 하달한 코로나 매뉴얼, 감기 증상자 보고하라는 지침조차 없어”

    합참은 청해부대 대량감염 이후 “해외파병 부대에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지난해 6월 배포했고,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뉴얼의 내용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군 당국은 지난해부터 해외파병 부대에 코로나 예방 대책 공문을 10여 차례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21일 밝힌 데 따르면, 합참이 청해부대 등 해외파병 부대에 배포한 매뉴얼과 지침에는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발생하면 정밀진단을 하고 본국에 보고하라”는 내용이 없었다. 

    성 의원은 “코로나 초기 증상은 감기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군의 엉성한 코로나 대응 매뉴얼이 이번 대량감염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감별을 위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하라”는 국방부 지침을 청해부대가 지키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해외파병 부대 등 코로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대·병과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청해부대는 감염 분별력이 낮은 ‘신속항체검사 키트’ 800개만 챙겨 출항했다. 합참은 이를 알고도 별다른 지적이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예비역 해군장교 “의무사령부와 합참-국방부-해군 순으로 책임져야”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해군 장교는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의무사령부와 합참에 있다. 국방부와 해군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이면 해외파병 부대가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이 예비역 장교는 “이번 일은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의무사령부, 그리고 이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도록 명령하지 않은 합참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무사령부는 해외파병 부대의 전염병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제작한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화생방사령부와 공동으로 생물학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전염병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될 때 의무사령부의 전염병 및 생물학전 대응역량을 국방부에 질의했다. 당시 국방부 보건정책과는 “전염병 대비 역학조사관은 30여 명, 연간 해외파병 군의관은 11~22명”이라고 밝혔다. 예하 인력 4000명 중 1% 안팎에 불과하다.

    한편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감사가 지난 5월 발생한 공군 A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이후 공군 법무실 조사처럼 이상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A중사 사망 이후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까지 관련자 수십 명을 입건하거나 기소했을 뿐 부실수사 의혹의 몸통인 공군 법무실 조사가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청해부대 사태도 의무사령부나 합참, 해군의 장성급 인사 한두 명에게만 책임을 묻고 국방부 그 이상까지 사태가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