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장병 PCR 재검사 결과 확진자 88%… 사상 초유 파병 임무 포기, 홍보하는 軍성범죄 의혹 공군 법무실 ‘회생’… 군 안팎 “군 과잉홍보, 상부 지시 있었을 것”
  • ▲ 지난 20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0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귀국한 청해부대 장병에게 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266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국방부가 21일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가 청해부대 장병의 귀국과 문무대왕함 귀항을 위한 ‘오아시스 작전’을 ‘과잉 홍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성추행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공군 법무실장이 청해부대 사태로 기사회생했다”는 말과 함께 “군의 ‘오아시스 작전’ 과잉 홍보는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것 같다”는 소문이 나돈다.

    국방부 “군사외교력 빛났다” 자화자찬… 청해부대 장병 88% 코로나 감염

    국방부는 21일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 301명 가운데 266명이 양성, 23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12명은 재검사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청해부대 장병의 88%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다. 재검사 대상자 12명 가운데 서너 명만 양성 판정을 받아도 감염률이 90%를 넘게 된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방부는 17일부터 지금까지 청해부대 장병 귀국과 문무대왕함 귀항을 위한 ‘오아시스 작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지난 주말 ‘오아시스 작전’용 KC330 수송기가 이륙하기에 앞서 서욱 국방장관의 현장 시찰을 전했다. 이어 KC330 수송기가 이륙할 때부터 현지 도착, 장병 귀국, 대체 승조원들의 문무대왕함 탑승 및 방역, 출항 때마다 5~10여 장의 사진과 함께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이 같은 자화자찬의 절정은 지난 20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였다. 4쪽짜리 문건의 마지막 1쪽은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오아시스 작전’ 과잉 홍보가 “공세적 방어 홍보”라고 본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육군훈련소 부실급식 논란, 5월에 터진 공군 A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부실수사에 이어 해외파병 부대에 코로나 백신을 전혀 보급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면 군은 물론 문재인정부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오아시스 작전’을 과잉 홍보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코로나 백신은 북한에 제공하자”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군과 문재인정부가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참이 이번에 ‘오아시스 작전’을 펼치고 홍보한 것이 과연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겠느냐”고 반문하며 “여론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의 지시와 조율에 따라 밑의 기관들이 책임을 지고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외교부가 불과 사흘도 안 돼 20개국과 수송기 영공 통과를 협의해 마무리하고, 국방부와 합참이 의료진과 대체인력을 순식간에 소집해 보낸 것을 보면, 정부 최고위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오아시스 작전'에 앞서 장병들에게 훈시를 하는 서욱 국방장관. 사태 수습을 위해 세운 작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국방부 제공.
    ▲ '오아시스 작전'에 앞서 장병들에게 훈시를 하는 서욱 국방장관. 사태 수습을 위해 세운 작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장관과 박재민 국방차관, 원인철 합참의장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20일, 국방부와 합참은 국회에 제출한 ‘청해부대 34진 긴급복귀 경과 및 향후대책’ 보고서에서 “우리 군사외교가 빛을 발휘했다” “민·관·군이 총력을 기울여 최단기간에 임무를 완수했다” “최정예 임무단을 편성했다” “최초의 대규모 해외 의무후송작전”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원 급파”라며 자화자찬했다.

    군 안팎 “청해부대 사태로 공군 법무실장, 기사회생했다”

    부대원 88%가 전염병에 감염돼 파병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에 따른 수습 조치를 놓고 국방부와 합참이 이처럼 자화자찬식 과잉홍보를 하자 여론은 나빠졌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와 예비역 장교들 사이에서는 “청해부대 사태로 공군 법무실의 부실수사 의혹 조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군 법무실 관계자들은 지난 5월 발생한 공군 A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A중사가 당했던 성범죄를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방부는 지난 9일 “A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관한 부실수사 의혹으로 22명을 입건하고 1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공군 법무실장인 전익수 준장 또한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됐다.

    전 실장은 A중사 성추행 자살 사건뿐만 아니라 공군에서 발생한 또 다른 성범죄 사건의 부실 수사와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회에서는 한때 “전익수 실장이 특정 지역 출신 여당 중진의원 A, B와 관련이 깊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때문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주에 전 실장이 출석하는 특별위원회를 열려고 했다고 야당 의원실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청해부대 장병들의 코로나 대량감염 소식이 터지면서 특위 개최가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세적 방어’ 해당하는 국방부·합참의 과잉 홍보…누가 시킨 걸까

    야당 관계자들은 “26일 국회에서 국방위 전체회의가 열린다”며 “이때 청해부대 문제와 공군 법무실의 부실수사 의혹을 함께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청해부대 장병들이 대량감염돼 사상 초유의 파병 임무 중단, 귀환 사태가 발생했는데 국방부와 합참이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과잉 홍보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이어 “하지만 전익수 실장을 비롯해 공군 법무실 문제를 다루는 비중은 낮아질 것 같다”고 염려했다.
  • ▲ 지난 20일 서욱 국방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박재민 국방차관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지난 20일 서욱 국방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박재민 국방차관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