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인터뷰] "향후 20년 동안은 북핵 문제 해결 안 될 것…리스크 관리 중요"
  •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의원은 또한 "김정은 체제는 앞으로 20년은 지금처럼 갈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 대북전략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체제를 대변했던 태영호 의원은 먼저 "현재 통일부와 같은 조직으로는 북한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촉발한 통일부 폐지론과 관련해 그는 미국과 스웨덴의 외교조직을 보여주며 "통일부에 있는 북한인권과를 외교부로 옮기고, 북한인권과 남북대화를 완전히 분리해야만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는 물론 북한주민들의 인권 향상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통일부 기능조정과 새로운 대북전략 수립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통일부 기능 조정을 강조하며 "UN이라든지 인권 대표국인 스웨덴처럼 인권문제는 정치와 연관되어있기에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인권문제는 외교부로 가야 한다. 왜냐면 북한과의 인권은 다자무대인 유엔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유엔에서 유엔주재 북한대사 김성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대표들이 토론을 했다. 이 무대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논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한인권문제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국제 수준에 맞춰서 취급해야 한다. 즉 국제정치적 문제인 북한 인권은 외교부에서, 인도적 대북지원 등 비정치적 문제는 통일부가 맡아서 해야 한다.

    Q. 외교부가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거나 별도 기구가 있으면 국제무대에서 그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는 말인가

    A. 통일부는 인도주의적인 남북문제만 다루면 된다. 식량지원이나 의료지원 등이 그렇다. 인권은 국제사회에서 다자문제로 다루는데. 우리는 다자문제에서 목소리를 내면 된다. 이렇게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이를 하나로 묶으니 한쪽에서는 남북협력대화를 하자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통일부의 역할이 애매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좌파 정권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안하고 있지 않는가.

    태영호 의원은 '통일부 폐지론'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에 불을 붙인 것은 환영한다. 통일부에 대해 존폐논의가 붙으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통일부 폐지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통일부 업무 일부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의 이야기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는데 현재 통일부 조직은 불합리한 구조다. 중요한 것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다. 그런데 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고 하면서 통일부에 북한 당국이 제일 싫어하는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부서를 넣었다. 이는 불합리하다.

    두 번째 '인도협력국'이라고 하는 통일부 구조이다. 인도협력국 안에 '북한인권과'를 넣어 놨다. 인도적 협력 문제는 북한과 논의할 때, 이산가족·긴급구호를 다룬다. 이런 곳에 인권과를 넣은 것은 남북 대화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지 마라 이런 의미다.

    세 번째는 유엔이나 선진국 정부 조직과 비교했을 때 불합리한 구조다. 유엔에서는 인권문제를 다루는 UNHRC(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가 있다. 또 인도적 문제를 다루는 UNDP(유엔개발계획), WFP(세계식량기구), WHO(세계보건기구)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정치적 문제와 비정치적 문제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에 따라 이렇게 기구를 기능별로 나눈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협력 교류를 해야 할 통일부가 북한당국과의 회담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사항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 남북간의 관계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곳은 UN이다. 매해 3월에 UN 인권이사회가 열린다. 인권 문제는 여기서 다뤄야 한다. 북한인권문제는 결국 다자문제로 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남북정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개발·협력·인도적 문제는 통일부가, 정치적 문제인 북 인권 논의는 외교부가 해야 한다. 그러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문제는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Q. 국민의힘에서도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는 대북전략이 있는가.

    A.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적으로 대북정책 외교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 설치한 외교안보특별위원회에서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꾸준히 우리 만의 대북전략과 기조를 연구하고 있다.

    Q. 국내에서는 2030세대가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국민들이 보기에 북한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한 혁명교육을 받아 사상적으로 무장돼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A. 북한의 기성세대는 이념적인 성향이 강하다. 특히 6.25전쟁을 겪은 세대나 그 이후 세대가 그렇다. 북한 체제에서 사회주의 복지를 맛 본 세대는 북한 체제에 대한 미련·향수 이런 것들이 남아있다. 이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2030세대는 다르다.

    북한의 2030세대는 사회주의 복지시스템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체제에 대한) 미련이나 믿음·신념이 없다. 또 북한과 같은 이념적 사회가 유지되려면, 당국이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를 베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 2030세대는 "당국이 내게 아무것도 준 것도 없는데 왜 우리가 이것을 따라야 하지"라는 생각이 강하다. 즉 북한 2030세대에게는 지금까지 체제유지에 사용한 방식으로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조건반사 반응이 안 나온다.

    저희 세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선전·선동을 통해 세뇌교육˙공포정치를 받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규율을 어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건반사적으로 느낀다. 반면 북한의 2030세대는 당국이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세대들이 시간이 흘러 김정은의 옆에 있게 되면 북한 체제도 분명 바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가능할까"라고 회의를 갖는다. 제 생각에는 지난 70년간 통일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의 가능성도 보이고,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년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Q.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일,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A. 북핵문제는 북한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안 된다. 아마 북한 체제는 20년 후에 전환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핵은 20년간 현상 유지 상태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핵전쟁이 이뤄지지 않게 위기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Q. 전술 핵을 한국에 배치하자는 것도 일종의 위기관리 측면인가

    A. 우리는 위기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개념과 원칙을 잘 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김정은 정권을 대상으로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에 끊임없이 "핵과 경제 두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김정은의 전략은 핵-경제 병진 노선이다. 끊임없이 우리는 (북한에게)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경제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가진 한 우리가 철도를 놔준다든지 도로를 깔아주거나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같은 개발·협력지원을 안 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은 분리대응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헌법과 당규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라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Q. 당규와 헌법에서 핵보유를 없애라고 한다면, 북측에서 저항이 더 심할 것 같다.

    A. 그렇다. 그러나 어차피 핵은 포기 안할 것이다. 핵보유 조항을 없애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빼버리는 것은 북한 주민은 물론 모든 당원이 알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모험이다.
  •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 15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정상윤
    Q. 최근 코로나 백신 지원과 관련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어떤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고 하셨다. 북한이 요구할 조건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국제사회가 이를 수용 않는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백신을 수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A. 북한이 중국 백신에 눈을 돌리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중국 백신은 실패했다. (백신 효능이) 50%밖에 안 돼 아프리카도 난리가 났다. 그래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가능하면 좀 효능이 높은 백신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외부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았다. 그들은 인도적 지원을 받으며 국제기구의 기준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해주면 기증자는 기증한 물품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가는지) 보고 데이터를 받고 모니터링을 한다. 이건 유엔이 정한 규칙이다. 그러나 북한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분단국가인 우리 조선에서는 안보 문제 때문에 국제기구 직원을 구석구석 보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 북한에는 코로나 백신 운송을 위한 '콜드체인'이 없다. 평양 밖을 벗어나면 백신 수송과 보관이 불가능하다. 일반 병원에선 마취제도 없이 수술한다. 북한은 자존심 때문에 "우리 보건 실태가 열악하기에 못 보여줘"라고는 못할 것이다. 대신 "안보상황이 특수한 상황이기에 너네가 북한을 보는 것은 안돼"라고 할 것이다. 만약 유엔이 “인명과 관련된 것이기에 유엔이 직접 배포할 것”이라고 고집하면 중국 백신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Q. 대만 양안 문제로 미-중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이 북한을 먼저 때리거나 북한이 한국을 때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A.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두고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둘 다 핵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 영토에 중국 핵미사일 날아오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만 사태에 끼어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도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핵전쟁을 벌이는 무모한 짓은 않을 것이다.

    북한도 미국이 먼저 공격하지 않았는데, 남한이나 미국을 공격할 일은 없으리라 본다. 김정은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이 망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한탓에 한반도 위기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안 좋다고 본다. 뱃심 있게 장기전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