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서울대 교수 "직선제 개헌 6·29선언 결단… 국민 뜻 따라 모든 책임 받아들여""북방정책으로 외교역량, 교역시장 확대… '보통사람의 시대' 탈권위주의 시작""상임위원장 야당에 나눠 주는 관행 만들어… 역할과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필요"
  •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평가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유튜브 캡쳐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평가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유튜브 캡쳐

    "업적, 성과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대통령."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관한 총평이다.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강연에서 강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강연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이 '2022 대선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자리로, 매주 전직 대통령 7명의 공과를 평가한다. 강연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현장 참석자가 제한된 상태에서 유튜브 중계로 진행됐다.

    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전환기에 나름대로 훌륭한 역할을 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국내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화 체제로 이행했고, 국제적으로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던 시기"라고 짚었다.

    "우리는 지금도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담긴 6·29선언을 민주화의 출발점이라고 삼고 있다"고 전한 강 교수는 "노 대통령이 '내가 국민에게 항복했다'고 할 정도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당시 대선에서 김대중·김영삼이 단일화하면 노태우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었다"면서 "중산층의 선택, 지역주의 바람 등 여러 가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민적인 민주화 뜻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비장하게 모든 책임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북방정책, 기획·타이밍 좋았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성과로 '북방정책'을 꼽으면서 "추진 체제와 기획, 타이밍이 좋았고, 미국에 할 말 다 하면서 최대한의 협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 취임사에부터 '북방외교를 활발히 전개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소개한 강 교수는 "88서울올림픽을 체육부장관으로서 추진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북방정책의 성과로 △대외안보 증진 △외교역량 확대 △교역시장 확대 △통일 환경 조성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1992년 중국과 수교가 조금만 늦어졌어도 결국 우리에게 큰 경제적 피해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라는 선거 구호로 탈권위의 리더십을 선보였다"고 분석한 강 교수는 "노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나와 자신을 향한 풍자를 허용해 '물태우'라는 별명도 생겼다"고 말했다.

  •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평가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유튜브 캡쳐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평가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유튜브 캡쳐

    "지금 여당이 관행 깨고 상임위원장 독식"

    "지금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한 강 교수는 "노태우정부 시기에 국회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나눠 주는 관행이 생긴 것이 깨져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강 교수는  "당시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3당이 합의하면 법안이 통과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어쨌든 노 대통령은 의회의 권위와 결정을 상당히 존중했고, 여러 번 국회를 방문해 '합의정치' 관행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소야대 극복을 도모했다"고 분석한 강 교수는 인천국제공항·경부고속철도·서해안고속도로·새만금종합개발 등 인프라 사업의 착수를 '미래지향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겸손했기 때문에 유능한 참모를 기용했고, 많은 업적을 만들어냈다"며 "오늘날 발전에 기여한 성과, 역할,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자금 문제는 잘못된 관행 때문"

    이날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비대면 화상토론회에서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비자금 사건, 미국 딸 용돈 분할입금 등 부패도 있었다"고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지적했다.

    이에 강 교수는 "제가 들은 바로는 전두환 대통령이 일해재단 만들었던 것처럼, 북방정책을 통해 알게 된 외국 지도자들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이후 금융실명제를 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잘못된 관행인 것은 맞고,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