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 분위기 만들려다 확진자 늘어나니, 뒤늦게 "상황 심각" "절체절명 고비" 2030에 '검사받아라' 권고, 8000명 모인 민노총 집회는 방관… 정부 어떻게 믿겠나
  •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강민석 기자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강민석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섣부른 판단으로 국민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내 확진 추세는 오는 9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기준(주간 하루평균 확진자 389명 3일간 지속)에 부합할 전망이다. 

    8일 방역당국은 '4차 대유행' 우려와 관련 "절체절명의 고비를 맞았다"고 진단하며 "상황이 악화하면 하루에 2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275명 늘어난 16만4028명으로 집계됐다.

    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 1275명… 195일 만에 최대 규모

    하루에 확진자 1275명이 나온 것은 3차 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25일 0시 1240명 이후 역대 하루 최대규모다. 전날인 7일 0시 기준 1212명에 이어 이틀 연속 1000명대 환자가 나온 것 역시 지난해 12월25일과 26일(1131명) 이후 194일 만이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수도권의 상황이 심각하다. 전체 확진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를 넘나들고 있다"면서 "활동량이 많은 20~30대 젊은 층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힌 김 총리는 "가족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신 분들에게 조금 더 양보해 달라.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올해 하반기 우리의 일상과 경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정부의 독단적 판단으로 4차 대유행 초래"

    이 같은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독단이 주범'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한마디로 전문가나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진행해 생긴 문제"라고 단언했다. 

    염 위원장은 "거리 두기 4단계로 올리려면 빨리 올리든가, 꾸물대지 말고 단기간에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확진자 감소세를 살피며 완화정책이나 마스크를 벗는 것을 얘기하는데, 이런 것을 결정할 때 전문가들의 얘기를 좀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차 대유행의 원인은 전염력이 빨라진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출연이고, 그 다음이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느슨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년 전에도 정부는 백신을 맞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등 오판을 했다"면서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신호를 정부가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그러다 환자 늘어나니 이제 와서 백신 인센티브 취소하고 거리 두기 연장하면서도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사과 한 번 안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얼마나 큰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손해가 일어났느냐"고 반문한 김 교수는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며칠 더 두고 보는 사이 확산세는 더 커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민노총 집회는 방관한 정부, 엉뚱하게 2030 탓하나"

    지난 주말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에서 불법집회를 강행한 것과 관련, 보수야권은 민주노총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주말 확진자가 794명으로 급증하고, 전문가들은 대규모 확산을 경고하는 가운데 8000여 명의 민주노총 불법집회가 종로 한복판에서 거리 두기도 지키지 않은 채 강행됐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겉으로는 엄정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집회 자체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정부가) 자신들의 방역 소홀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시키려고 하는, 아주 잘못된 습성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2030세대에게 검사받으라고 권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노총 같은 친정부적 행동을 하는 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아주 말뿐인, 전혀 행동이 따르지 않는 예방조치들을 해 놓고 모든 책임을 엉뚱한 곳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로 인한 코로나 확산 책임론이 이는 것과 관련 "참석자 중 확진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 이날 성명을 통해 "다음주까지 방심하지 않고 3일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주의와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 감염 확산과 민주노총을 결부시켜 흠집 내고 시민들과 분리시키려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약 8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들은 당초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으나, 경찰 통제로 접근이 막히자 오후 1시께 장소를 종로로 변경해 집회를 강행했다. 

    이에 질병청은 7일 "지난 3일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 중 확진자 발생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참석자 중 잠복기가 남아있을 수 있어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