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령 부정… 공산주의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킨 사건"'여·순 특별법' 본회의 통과…'희생자 범위' 제한 없어, 가해자→ 희생자 둔갑 가능성
  • ▲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88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여순·순천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 처리 전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88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여순·순천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 처리 전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뉴시스
    제주 4·3 특별법에 이어 여·순사건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제1 보수야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민의힘이 묵인, 동조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3특별법 이어 여·순 특별법도 본회의 통과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를 열고 1948년 여·순 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위한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했다.

    여·순 특별법은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비롯해 152명의 민주당 및 여권 계열의 무소속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법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여·순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전라남도지사 소속으로 '실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상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위령사업 지원 및 희생자에게 의료·생활지원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여·순 특별법에 따라 반란 사건에 가담했던 수형자가 '희생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순 사건은 제주 4·3사태 진압 명령을 받은 여수 제14연대 소속 일부가 도리어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일으킨 반란 사건으로, 군 내 남로당원인 김지회 중위와 지창수 상사 등이 주도했다.

    여·순 사건을 비롯해 해방공간에서 공산폭동과 관련해 다수의 책을 저술한 김용삼 전 월간조선 기자는 1948년 10월19일 여수 제14연대 반란 사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14연대 반란사건 참여자들은 같은 해 8월15일에 건국된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거부하고 조선인민공화국에 충성, 무상몰수·무상분배에 의한 토지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대한민국 법령을 인정하지 않고, 정권을 부정했으며, 공산주의를 해야 한다고 '무장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여·순 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무장 반란"

    또 <제주 4·3사건 문과 답>(김영중 저·제주문화사)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19일과 20일 양일간 여수경찰서의 경찰관 59명, 의용경찰 20명, 의용소방대원 5명, 우익계 인사 10명, 기독교인 7명, 경찰관 가족 40명 등 총 141명이 반란군에 희생됐다. 

    나아가 순천지역으로 확대된 좌익폭도의 규모는 약 2400여 명으로 추정됐으며, 27일 진압될 때까지 여수·순천·광양·보성·구례·고흥·곡성·벌교 지역에서 민간인 2537명이 살해되고 군인 61명이 전사했다.

    국방부 전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전쟁사>는 여수에서의 민간인 희생을 '반란군에게 학살당한 양민 1200여 명, 반란군에 부상한 양민 1150여 명, 소실 및 파괴된 가옥 1538동, 행방불명자 3500여 명, 이재민 9800여 명'으로 기록했다.

    학계에서는 여·순 사건이 역설적으로 숙군작업을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었다고도 평가한다. 숙군작업 없이 6·25전쟁을 맞이했더라면 군 내에서 반란과 집단 투항 등이 일어나 자체 붕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6·25전쟁에서 우리 군이 용맹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여·순 반란사건을 통해 남로당 세력을 99.9% 뿌리뽑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정부가 같은 해 12월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계기도 여·순 사건이다.

    그러나 여·순 특별법은 제정 목적으로 "이 법은 여수·순천 10·19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합당한 권리 행사와 민주주의 발전 및 국민 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여·순 사건 희생자를 "여수·순천 10·19사건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후유장애가 남아있는 사람, 수형자(受刑者)로서 진상규명위원회의 각 심의·의결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희생자로 보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가해자인 반란군과 그 유족이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희생자로서 국가 지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건 가담자가 희생자로 둔갑할 수도"

    이와 관련해 임무영법률사무소의 임무영 변호사는 "주범이라도 희생자라고 판정하면 희생자가 될 수 있겠다. 범위에 제한이 없다. 이 문제는 제주 4·3 특별법도 동일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부터 시행된 4·3특별법(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 시민단체는 "공산폭동과 반란에 가담했던 수형자들을 정당화하는 것은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계속성)을 부정하고 국민주권주의에 위반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4·3특별법에 이어 여·순 특별법까지 제정되는 가운데 제1 보수야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침묵을 유지해 일부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변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일(7월1일) 즉각 여·순 특별법을 규탄할 수 있도록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호남 눈치 보느라…"목소리 내기 어려워"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의 관계자는 "김종인 체제에 이어 이준석 대표 체제로 들어선 당 분위기상 성명이나 메시지를 내는 것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정통 보수진영의 역사관과 결을 달리하는 이 대표의 사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우리 당이 대선을 앞두고 호남 표를 의식해 자칫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는 법안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된 이상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면 반란 사건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자가 희생자로 둔갑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