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한신대 교수, DJ 평가… "국리민복 목표로 한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정보화사업 평가… 북한 핵무기 개발 과소평가한 '햇볕정책'은 중대한 과실"
  • ▲ 29일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
    ▲ 29일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장기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 성과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지난 29일 저녁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에서 김 전 대통령을 '스테이츠맨(statesman)'이라고 칭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스테이츠맨은 '폴리티션(politician)'과 구분되는 말로 경험 많고 존경받는 정치인에게 쓰는 말이다.

    윤 교수는 정치철학자이면서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통한다. 특히 명쾌한 설명으로 좌·우파를 동시에 겨냥하면서 공화(共和)의 가치를 설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DJ는 평생을 의회민주주의자로 일관하며 '공화혁명'으로 가는 길을 준비한 지도자"라고 윤 교수는 정의했다. 공화혁명은 윤 교수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선(公共善) 등 공화적 가치의 확산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개념이다.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가진 현실주의와 그에 입각한 성과, 통합의 정치, 공화주의 신념 등을 설명하며, 이것들이 그를 선구자적 정치가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리주의자 DJ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실리주의자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DJ는 국리민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올린 윤 교수는 "DJ는 외교를 절대 감정적으로 다루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와 관련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의 실리주의의 대표적 예로 윤 교수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들었다. 윤 교수는 "DJ는 한일 국교 정상화가 필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1964~65년 당시에도 박정희정부의 한일협정을 비판적으로 지지했다”며 “DJ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미·중·일·러 4강대국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적 지도자로 인정받았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한류열풍의 기반도 김대중정부의 정보화사업 덕분이라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김대중정부의 IT산업 지원, 지식정보화사업 전면화 등을 통해 우리가 산업혁명에서는 뒤떨어졌지만 정보혁명에서는 앞서나갈 수 있었다”고 평가한 윤 교수는 “정보 고속도로의 인파를 선견지명을 갖고 구축했기 때문에 지금의 한류가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고급문화가 됐든 대중문화가 됐든, 정보통신혁명 덕분에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문화가 광범위하게 침투했다”고 덧붙였다.

    文 대통령,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일관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재인정부의 '적대적 정치'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DJ는 자신을 죽이려 한 박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앞장섰고 시종일관 의회주의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것이 친구를 늘리고 적을 줄이는 ‘최대 연합의 정치’”라고 분석한 윤 교수는 "그런데 문재인정권은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일관한다.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을 제도화 중"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사회경제적 자유야말로 실질적인 자유인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폭등 등의 실정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자유를 무의미하게 탕진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DJ 이후 공화정의 위기가 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법에 의한 지배’가 ‘법의 지배’를 압도하고 있다. 법치가 해체되고 있고 인치(人治)가 부활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DJ는 국리민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한 대표 정치인"이었다고 정리한 윤 교수는 현실정치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의 무모함을 과소평가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한국 정치인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관대한 정책이었다”면서도 “북한의 엄중함을 경시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DJ는 북한에 너무나 설득력 있는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향한 질주를 한순간도 멈춘 적 없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중대한 정치적 오류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발굴한 진보진영의 586정치세대를 향한 비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배 양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교수는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이 있었지만 정치자금이나 아들들의 비리 문제 등도 있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