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식당 종업원 단체탈북 주도한 허강일-북한 인권운동가 박연미 주축“해외 주재 북한인 탈북 지원” 유튜브 방송 이후 北 고급인력 문의 꾸준히 늘어
  • ▲ 박연미 씨와 허강일 씨가 '북한을 바꾸다' 유튜브를 진행 중이다. ⓒ'북한을 바꾸다' 영상캡쳐.
    ▲ 박연미 씨와 허강일 씨가 '북한을 바꾸다' 유튜브를 진행 중이다. ⓒ'북한을 바꾸다' 영상캡쳐.
    미국에 사는 탈북민들이 만든 단체가 설립 한 달 만에 6명의 탈북을 지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단체 이름은 ‘무궁화구조대’다.

    허강일·박연미 주도로 결성한 탈북지원단체 ‘무궁화구조대’

    단체 결성을 주도한 사람은 허강일 씨와 박연미 씨다. 허씨는 2016년 4월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탈북한 식당 지배인이다. 허씨는 국내 좌익진영의 비난과 회유를 못 견디고 2019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2009년 한국으로 왔다가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연미 씨는 2015년 <살기 위하여>라는 회고록을 낸 뒤 세계 각국에서 북한문제를 고발하는 인권운동가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57만 명이 넘는다.

    허씨와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을 바꾸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함께 진행한다. 이들은 지난 5월31일 ‘해외 주재 북한분들 탈북을 저희가 지원하겠다’는 영상을 통해 탈북을 지원하는 ‘무궁화구조대’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무궁화구조대’는 탈북을 희망하는 해외 주재 북한인들에게 숙박비·여행경비·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에서 협력이 가능한 기독교 선교사를 연결해 한국 공관이나 유엔 시설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해외 북한인들 연락 많이 와… 주로 20~30대 젊은 고급인력”

    방송에 따르면, 박씨는 “영상이 나간 뒤 진짜 해외에 있는 북한사람들이 직접 연락해 ‘도와 달라’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허씨는 “일반적인 탈북민이나 해외에 파견되는 노동자가 아니라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당국에 의해 해외로 파견된 고급인력들로부터 꾸준히 연락이 온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단체를 만든 지 한 달 만에 6명을 구출했다”고 밝힌 허씨는 “최근 (탈북 지원을 요청을 하는 사람이) 모두 20~30대”라며 “저희가 구출한 북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김정은 독재정권에서 청춘을 썩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북한 젊은층이 개화했다는 뜻”이라고 허씨는 평가했다.

    허씨는 “북한 청년들도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감각도 있어 해외 파견 중에 유튜브와 SNS를 자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김정은이 최근 ‘인간개조론’ 운운하며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육과 비사회주의 척결을 강조하는 것도 청년층의 변화가 체제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허씨는 풀이했다.

    최근 탈북한 청년 “김정은에 불만… 당 간부들도 ‘빨간물’ 다 빠졌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무궁화구조대’를 통해 최근 탈북한 청년 주재원과 인터뷰도 소개했다. 이 탈북 청년은 “처음에는 미국으로 가고 싶어 미국대사관에 연락하려 했지만 무서워 연락하지 못했다. 그러다 고민 끝에 허강일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호기심으로 유튜브 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내용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계속 보면서 신뢰가 갔고 북한에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 거짓임을 깨닫게 됐다”고 밝힌 이 탈북 청년은 “요즘 북한 청년들은 다 안다. 국가가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뭐가 있느냐. 점점 더 조이면 악밖에 안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 청년은 이어 “해외 파견된 간부뿐만 아니라 북한 내 관리들도 김정은의 횡포와 경제난 심화로 불만이 상당해졌고 ‘빨간물(사상무장)’이 다 빠졌다”면서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고 싶어 용기를 내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탈북 노하우 알려 주는 유튜브 영상도 공개

    방송에 따르면, 허씨와 박씨는 해외 파견된 북한사람들에게 탈북할 때 준비할 물품과 탈출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해외 파견 인력들의 여권을 당국이 모두 회수해 일괄관리하는데, 기회가 될 때 여권 복사본을 만들어 갖고 있거나 혹은 북한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나 사진을 갖고 있으라고 충고한다. 동남아에서는 한국대사관에, 러시아에서는 유엔난민기구에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수월하며, 인터뷰 때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국행이 용이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해외 파견 경험이 없이는 해줄 수 없는 조언이다.

    유튜브 방송를 통한 수익과 지인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탈북 지원비용을 댄다는 허씨는 “미래가 암울한 북한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런 단체와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