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설' 불거진 18일 저녁, 윤석열·이동훈·이상록 만나… 대변인 역할 놓고 토론제3지대 세력론 vs 국민의힘 조기입당론 '충돌'… 윤석열, 제3지대로 기운 듯 제3지대론 리더는 '윤의 절친' 이철우 교수… 조부 이회영 영향받아 중도적 이념이철우 부친은 DJ 국정원장 이종찬… 윤석열 '우당 이회영 기념관'서 첫 정치행보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친구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친구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정치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선(先) 세력화'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내에서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세력을 구축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이동훈 전 대변인이 윤석열 측 첫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열흘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려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은 이후 이를 정정하며 "윤 전 총장은 국민 의견을 우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메세지를 내놓았고, 지난 20일 대변인 임명 열흘 만에 사퇴했다. 

    "이동훈 사퇴, 조기입당 찬성파·반대파 알력다툼의 산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메시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사퇴의 모양을 띤 경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조기 입당에 적극적이던 이 전 대변인이 반대파에 밀렸다는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조기입당해 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빠르게 확대하고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진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입당을 전제로 별도의 정치일정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의원은 통화에서 "이동훈 대변인이 우리 당 입당을 이야기한 18일 저녁 윤 전 총장과 이동훈 전 대변인, 이상록 대변인이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이 '이런 방법으로 하면 힘들어진다'는 취지로 이동훈 대변인에게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변인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대변인의 역할에 대해 (윤 전 총장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한 이 의원은 "우리 당 조기 입당과 관련한 입장을 둔 알력다툼이 나오는 과정에서 (사퇴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이 사퇴하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조기 입당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캠프에서 선(先) 제3지대 세력화 후(後) 국민의힘 입당을 주장하는 핵심인사는 윤 전 총장의 서울 대광초등학교 1학년부터 인연을 맺은 '54년 지기'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사퇴 후 첫 공식 행보를 지난 9일 열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은 이철우 교수의 증조부다. 이회영 선생은 일제강점기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계열로 꼽히는 독립운동가다. 이종찬 우당기념관장은 이철우 교수의 아버지로, 김대중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尹 최측근 이철우, 정치권에서는 '중도좌파'로 분석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인사는 "(이 교수는) 이념적으로도 국민의힘보다 '좌중우' '중도좌파'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가기보다 외부에서 중도와 진보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인사는 "초반에는 보수층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 보이는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는 자신의 이념이 진취적이라는 것을 보이는 데 방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근 주변에 19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함운경 씨를 거론하면서 그가 "문재인정부 정책은 사기"라고 한 인터뷰 내용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함씨의 인터뷰 내용 중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대목과, 과거 학생운동, 열린우리당 출마 이력에 특히 주목했다고 한다. 안정적 국정운영과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는 물론 중도와 이탈한 진보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원하는 윤 전 총장이 이탈 진보를 향해 손짓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언급했다는 함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 산하 투쟁조직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같은 해 5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해 투옥(징역 6년6개월)됐다. 1988년 특별사면돼 석방됐지만,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더 수감됐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결국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검사들이 수사할 때 결국 노련한 수사관들이 필요하듯 정치권과 선거판에서도 선수들이 있다"며 "그 선수들은 보통 정당 안에 있고, 도움을 받으려면 정당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