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비극, 박정희 체제 빨리 탈피하고 유연한 시스템 추구하려다 생긴 것""광주 시민 학살 의도였다는 건 오해…'전두환=살인마' 공식 벗어나야 진실 보여"
  • ▲ 황태순 정치평론가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2022 대선 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전두환 편 특강을 하고 있다.
    ▲ 황태순 정치평론가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2022 대선 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전두환 편 특강을 하고 있다.
    '박정희' '88서울올림픽' '5.18 광주의 비극'

    황태순 정치평론가가 꼽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세 가지 키워드다.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주관으로 열린 '2022 대선 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특강에서 황 평론가는 전 전 대통령의 공과를 신랄하게 파헤쳤다. 이날 강연에는 정치인·학자·시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황 평론가는 먼저 전 전 대통령의 평가는 '장군 전두환'과 '대통령 전두환'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봤다. "5·18을 전두환의 4공화국 말과 5공화국에 연결시키면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신군부가 저지른 행위와 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함께한 이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황 평론가는 "그래야 산업화와 민주화를 잇는 전 전 대통령 집권 7년 반을 설명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와 관련, 이날 강연 토론자로 참석한 주동식 '제3의길' 편집인은 "최대한 빨리 박정희 체제를 탈피하고 유연하고 개방된 시스템으로 가려다 보니 5·18 같은 비극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전두환이 비극을 만든 것은 팩트이지만 광주시민을 학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해서도 안 된다. '전두환은 살인마'라는 공식이 국민들, 특히 광주 시민에게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집단적 무지'를 조성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알려면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편집인은 특히 "좌파의 전두환에 대한 감정적 접근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정희와 경쟁한 전두환

    황 평론가는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첫 번째 키워드인 '박정희'와 관련 "전 전 대통령의 머리에는 박정희와 경쟁한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주위 참모들에게 '박정희는 힘으로 다스렸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히는 경제회복과 물가안정, 박정희 말기에 문제가 됐던 중화학공업 중복투자 해결 등을 들어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의 공을 뛰어넘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경쟁의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황 평론가는 '88서울올림픽'을 두 번째 키워드로 꼽으며, 전 전 대통령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81년 국회 문교위에서 '돗자리 뇌물' 사건이 터졌을 때 전 전 대통령이 판을 쓸어버리려고 했다. 또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5·18 재탕 격인 '비상선진개혁'도 계획해 집행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 박철언 의원 등에게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즉시 체포하라는 지시까지 했지만, 88올림픽이 전 전 대통령의 계획을 막았다. 80년 모스크바와 84 LA올림픽이 반쪽 올림픽이었고, 88 서울올림픽이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동서가 모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키워드인 '5·18 광주의 비극'과 관련, 황 평론가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의 말을 빌리면 전 전 대통령은 주위 사람들의 '집권' 권유에 세 번이나 도망친 사람"이라면서 "광주의 비극은 실세인 군부의 머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두환이 자율과 개방?

    황 평론가는 전 전 대통령의 자율과 개방도 큰 성과로 평가했다. 통행금지 해제와 교복·두발 자율화, 해외여행 자율화 등을 두고 한 말이다. "제한적이지만 전 전 대통령의 자율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폐쇄정책과도 대비된다"고 지적한 황 평론가는 "연좌제도 사실상 전 전 대통령 시절 폐지됐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와 관련, 황 평론가는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아주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전 전 대통령을 요약했다. "물가만 잡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넘어 고도의 경제성장을 하면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황 평론가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때 아산만으로 결정된 제철소 신설 계획을 포항제철소 의견을 들은 전 전 대통령이 광양으로 옮겼다"고 밝힌 황 평론가는 "당시 '정보기관을 시켜 뒷조사해 보니 건설부 공무원들이 아산만에 땅을 많이 샀는데 포철 임원들은 광양에 땅을 사 놓은 것이 없더라'는 한마디로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IT 산업의 초석을 놓은 것도 전 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운 황 평론가는 "국내 개발 전전자교환기가 그 증거다. 이 때문에 전화 한 대 값이 집 한 채 값 정도로 비싼 시대에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고, 이의 연속선 상에서 반도체산업이 발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프로야구와 컬러TV로 대표되는 중산층도 전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황 평론가는 "중산층 형성 과정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해 임금을 억제하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을 처참하게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정경유착과 천문학적 비자금에 따른 비판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은 마름을 시켜 돈을 거둬 썼지만, 전 전 대통령은 (기업과) 직거래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커졌고 정경유착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