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1주년 기자간담회… "국민통합-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 헌법 필요" 강조민주당엔 "협치 부족했다" 지적…'의회독식' 길 터주더니 "병 주고 약 준다" 비판
  • ▲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화상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화상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여야를 향해 공석인 국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 마무리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치 시스템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며 지난 제헌절 기념사에 이어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상임위 독식 1년 만에 "與 협치 부족"

    이날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장은 "지금의 정치상황은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로 보면 많이 미흡할 것이다. 여당은 협치에 부족했고 야당은 종종 벼랑 끝 협상을 했다"며 "여야는 공석인 국회 부의장 문제를 포함해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하루빨리 마무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의장은 "문은 닫혀 있지만, 빗장은 걸리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가 모두 바뀌었으니 새로운 조율이 필요하다"며 "여당은 그간 180석을 이유로 야당에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독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야당은 종전과 같은 벼랑 끝 협상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다만 "여야 협상의 대전제는 법사위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돌려주겠다고 한 데 힘을 실어준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온 관행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박 의장이 민주당 손을 들어주면서 원 구성 재협상은 공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29일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했다. 13대 국회(1988년) 이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눴던 관례가 32년만에 깨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본회의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변경하며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배려하는 듯했으나, 상임위원 명단 제출 시한이 촉박하다는 야당의 의견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본회의 시간을 오후 2시로 재차 변경해 민주당의 의회 독식의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박 의장은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국민통합 시대에 맞는 새 헌법 필요" 개헌 강조

    박 의장은 이날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과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 헌법이 꼭 필요하다. 권력분산으로 국민통합의 물꼬를 트자"며 "각 당은 개헌의 절박성을 다시금 인식해 공론화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의장의 개헌 관련 발언은 지난해 제헌절 기념사를 통해 개헌을 주장한 후 약 11개월 만이다. 

    "개헌의 문을 여는 역할은 정치권의 소명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 역시 18대 국회 이후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한 박 의장은 "그러나 대선정국이 다가오면 개헌 논의는 사그라졌다"고 환기했다.

    박 의장은 이어 "이번에 결단하지 못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의 낡고 낡은 헌법을 40년 이상 끌고 가는 셈"이라며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각 정당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를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박 의장은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 말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현직 기관장의 정치참여는 조직의 신뢰와 관계된다는 점에서 매우 논란인 사안"이라고 지적한 박 의장은 "감사원은 행정부의 독립된 기관이기는 하지만, 중립성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