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제2연평해전'이 공식명칭…14일 현충원에 이어 15일에도 "서해교전"고 한상국 상사 부인 "교전은 우발적이란 의미, 똑바로 알라"…이준석에 실망감
  •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보훈정신을 강조하며 천안함 유가족을 만나 두 번의 눈물을 보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작 '연평해전'을 두 번이나 '서해교전'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불리던 '서해교전'이라는 명칭은 13년 전부터 '연평해전'으로 격상돼 예우를 받는다.

    이준석, 이틀 연속 '연평해전'을 '서해교전' 지칭

    이 대표는 15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 인터뷰에서 첫 공개 행보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이유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을 먼저 찾아뵌 것"이라며 보훈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서울현충원은 전직 대통령 위주로 보통 가게 된다"면서 통상 정치권 인사들이 국립서울현충원을 먼저 방문하는 관례와 차별화한 의미를 부각했다.

    문제는 전사자의 예우와 보훈 등을 강조하고 나선 이 대표가 정작 '연평해전'을 이틀 연속 '서해교전'이라고 지칭한 대목이다.

    제2연평해전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에는 '서해교전'이라고 불리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제2연평해전'으로 격상됐다.

    국방부는 당시 "서해교전이 1999년 '연평해전'과 같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사수한 전투인 점 등을 감안해 서해교전의 명칭을 제2연평해전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해전 명칭은 지명과 발생 순서에 의거해 부여해온 것이 관례이고, 사전적 의미와 군사교리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동안 연평해전과 전투 양상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서해교전으로 불려온 데 대해 일부 국민들이 문제점을 지적해왔다"고 밝힌 국방부는 "올해(2008년)부터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행사가 정부 주관으로 격상됨에 따라 명칭을 변경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대전현충원을 가게 되면 보통 천안함이나 '서해교전'을 비롯한 그런 전사자들, 이런 분들을 만나뵙게 되고, 또 연평도 포격전에서 사망한 장병들 묘역에 가게 되고, 아니면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하신 분들 묘역에 가게 된다"고 말했다. 발언 도중 연평해전을 '서해교전'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천안함 유가족 만나 두 번 눈물… '보훈' 강조했는데

    이 대표가 연평해전을 서해교전이라고 지칭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전날(14일)에도 첫 공식일정으로 대전현충원을 찾은 뒤 여권의 '천안함 막말' 사태를 지적하던 도중 연평해전을 서해교전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당시 "5·18이나 이런 것에 대한 왜곡발언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분단상황에서 천안함 폭침이나 '서해교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 희생된 분들에 대해서도 왜곡·편향 없이 기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평해전을 서해교전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보수가 마음 아프게 해드렸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표가 천안함 유가족을 만나 눈물을 보인 것은 당대표로 선출되기 전인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대전현충원에서 여권의 '천안함 막말' 사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엄정 판단'을 촉구했고, 천안함 유가족을 향해서는 "보수정부가 집권했을 때도 이(보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또 안보뿐만 아니라 보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정당의 역할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틀 연속 연평해전을 서해교전이라고 언급해 보훈정신을 강조하는 진정성에도 의심의 불씨가 켜진 모습이다.

    "'교전', 책임소재 불명확… '해전', 北 도발에 승리 의미"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서해교전'을 언급한 기사 부분을 발췌한 뒤 "젊은 당대표…다른 얘기는 접자. 하고 싶지도 않다. 연평해전 명칭이 변경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며 "'연평해전' 똑바로 알고 말하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씨는 그러면서 "명칭이 왜 중요한지를 아시나. 그 안의 뜻이 있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19년 출간한 저서 <영웅은 없었다 : 연평해전, 나의 전쟁>에서도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 '햇볕정책' 등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전이 교전으로 격하됐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김씨는 책에서 "'교전'이라는 말에는 '해전'과 구분함으로써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또 '교전'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말이다. 그런데 '해전'에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해군이 승리한 전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사상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명칭 변경이 필수적이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통화에서도 "김대중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퍼주기를 하던 시절이었고 제2연평해전에 대해 쉬쉬 하던 분위기와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교전'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이런 용어는 사람들 머릿속에 '우발적이다. 우리도 잘못한 면이 있다'는 인식과 심리를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미국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여러 이유 중에는 이명박정부가 '명칭'을 변경해준 것도 크게 작용했다"며 "이준석 대표가 진정 보훈정신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도 통화에서 "소극적인 대응을 인식하게 하는 '교전' 용어와 달리 '해전'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의미를 내포한다"면서 "일각에서는 '패전은 아니더라도 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은 모양인데, 우리 군이 기습공격당했지만 당시 357호정 승조원들이 굉장히 용감하게 응사했고 잘 싸웠다. 그런 의미를 부각하는 측면에서 '해전'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연평해전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국방부는 그동안 '서해교전' 표현이 '연평해전'에 비해 격하된 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한 유 전문기자는 "연평해전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보훈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물론, 안보와 국방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국민들이 월드컵 축제를 즐기던 시각 연평도 인근 서해 NLL 해상에서 북한군의 기습 선제사격으로 발발했다. 

    기습공격을 받은 대한민국의 참수리 357호정과 해군은 즉각 응전해 북한군의 경비정을 대파하고 북한군의 NLL 무력화 기도를 차단했지만 크게 피해를 입었다. 357호정은 침몰,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해군 6명 전사, 19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