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5823명 중 4901명 찬성, 92.4%로 가결… 시민들 "배송 늦어 피해 생기면 책임질 건가"
  • ▲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사회적합의거부 재벌택배사·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사회적합의거부 재벌택배사·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택배 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택배노조가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을 향해 분류작업을 즉시 개선하라고 요구하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끝장을 보겠다고 경고했다.

    택배업계는 총파업에도 전체 배송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시민들은 택배대란으로 인한 불편함을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자 택배노조가 이를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열린 총파업 찬반투표에서는 투표권자 총 5823명 중 5310명이 참여해 찬성 4901명, 득표율 92.3%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2100여 명 파업 참여… "끝장 보겠다"

    전날 택배노조는 '택배 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최종 결렬됨에 따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2100여 명이다. 그 외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의 경우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 등 단체행동에 들어간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1년의 유예기간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린다"며 "택배노동자가 죽든 말든 이미 올린 택배요금을 통해 배를 불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진 의원장은 "이제는 끝장을 보겠다. 특단의 대책을 통해서라도 가장 빠른 시간 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 상황을 종결시키겠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택배사에 대해 집중적 타격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위원장은 특히 "우정사업본부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분류인력도 투입하지 않고, 단 한 푼의 분류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를 투쟁의 일차적 표적으로 맞추고자 한다"면서도 "택배사들이 지금이라도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면 총파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파업 중에도 교섭은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오는 15일과 16일로 예정된 협의체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 ▲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 택배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 택배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택배노조의 파업 결의에 시민들은 모든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우리 같은 경우는 작업시간이 신뢰이자 생명이고 결국 돈"이라며 "물건 하나가 늦게 도착해 작업이 늦어지면 차량 출고가 늦어지고, 다음 차량 수리가 늦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택배 배송이 늦어져 피해가 발생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택배 파업으로 다른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파업으로 배송 늦어지면 큰 피해… 시민 피해 생각해야"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 씨는 "코로나 때문에 마트에 가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먹을 것이나 용품들을 다 택배로 시키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아이 음식재료나 용품은 정말 비상용품과 마찬가지인데 미리 사다 놔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택배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노조의 파업은 실질적으로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것"이라면도 "그러나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국내 강성 노조의 파업은 기득권의 세력 다지기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황 평론가는 "택배노조의 주장은 자기들의 불편을 해소해 달라, 편의를 봐 달라는 것인데 결국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다"면서 "이번 택배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얼마나 인정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요구사항 이행시 지금과 같은 수입 정당한가 따져봐야"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대표는 "택배노조 파업과 관련해 비용분담의 문제가 있다"며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시키는 것이 부당한 노동이라 주장하는데, 분류작업을 없앴을 때 택배기사들이 얻는 수입이 정당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들이 현재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분류작업까지 하는 것인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분류작업을 없애는 대신 수입을 줄일 용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들의 요구대로라면 택배 분류작업을 줄이기 위해 추가로 발생할 비용은 회사나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택배노조가 지금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 무조건 파업에 돌입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지를 얻은 뒤 합의를 이뤄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