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고 수사" 황당 개편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김오수, 총장 됐으니 정권 대신 조직 관리 나선 것" 분석도
  • ▲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뉴데일리 DB
    ▲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뉴데일리 DB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대검은 "조직개편안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직제를 통한 직접수사 제한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직제개편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검의 이 같은 반발이 '상식적'이라고 본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이 검찰로서는 도저히 수용 불가한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오수 주재 대검 부장회의… "상위 법령과 조화 필요"

    8일 대검찰청은 전날 김 총장이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2021년 상반기 검찰청 조직개편안'와 관련한 논의 결과를 밝혔다. 

    대검은 먼저 "검찰의 인권보호 및 사법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직개편안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검찰청의 조직개편은 검찰청법 등 상위 법령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이 약화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로 축소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검은 그러면서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대검은 "이번 조직개편안과 같이 일선 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 △감독권 제한 등의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21일 전국 검찰청에 하달한 직제개편안에는 반부패(특수부)부가 없는 검찰청은 형사부 중 1개 부서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수사가 가능하도록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과 부치지청(부장검사를 둔 지청)이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검은 이 같은 직제개편안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장관 승인, 검찰 중립성 및 독립성 훼손… 일선 검사들 우려"

    대검은 이어 "장관 승인 부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선 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직제개편안이 상정되면) 국민들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주기를 바라더라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한다"며 "그동안 공들여 추진해온 형사부 전문화 등의 방향과도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형사부의 직접수사에 대한 검찰총장 승인 등의 통제방안은 수사 절차에 관한 것이므로 업무분장을 규정하는 직제에 담기보다 대검 예규나 지침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한 대검은 "이와 관련하여 대검은 관련 예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그러면서 "검찰 부패 대응역량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지검에 반부패수사부를 신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상식적인 반발… 조직개편안 너무 심각한 문제"

    법조계는 이 같은 대검의 의견 표명이 당연하다고 봤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고,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상식적인 반발로 보인다"며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이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변호사는 또 대검이 부산지검에 반부패수사부 신설을 요청한 것과 관련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광주지검 등 3개 청을 제외한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고, 특수부의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변경됐는데, 결국 특수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반응이 아닐까"라며 "광주와 대구에도 (반부패수사부가) 있는데,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지검에 반부패수사부가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기는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역시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에 일어난 당연한 반발"이라며 "이 상황에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짚었다.

    강 변호사는 김 총장이 "검찰총장 자리를 받기 전에는 정권의 눈치를 봐서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것처럼 굴었지만, 이제는 검찰총장이 됐기에 레임덕에 빠진 정권의 눈치보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조직을 돌보려는 것"이라며 "정권이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계속 눈치를 볼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도 "(김 총장의) 최근 행보는 정권의 눈치보다 검찰 내부의 불만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로 출근하는 길에 대검의 성명에 따른 생각을 밝혔다.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박 장관은 "(검찰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검찰 직제개편 문제로 김 총장과 다시 만날 가능성에는 "(상황을) 봐야죠"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