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해 경제·방역 강조한 뒤 대만행… 백신 공급 약속하며 '중국 대응' 논의아시아계 여성 헬기 편대장 더크워스 의원 동행… '상의용사=전쟁영웅' 존중 부러워
  • ▲ 태미 더크워스 미국 상원의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미 더크워스 미국 상원의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4일 방한해 김부겸 국무총리, 정의용 외교부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과 만났던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이 지난 6일 대만을 깜짝 방문했다. 

    한국에서 방역과 경제협력을 논의한 이들은 대만에 가서 백신 공급을 약속하며 중국과 대립 등 ‘안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화교 피가 섞인 여성 전쟁영웅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6일 오전 5시 오산기지서 C-17 수송기 타고 대만행

    지난 4일 방한한 미국 상원의원은 댄 설리반(공화·알래스카), 태미 더크워스(민주·일리노이),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의원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일 오전 5시 오산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를 타고 대만으로 향했다. 

    타이페이에 도착한 이들 미국 상원의원은 “대만에 백신 75만 회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산 백신을 수입하라”는 중국 당국과 친중파의 압박에 시달리던 대만정부에는 희소식이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대만협회는 “상원의원들이 대만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미국·대만 관계, 지역안보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대만에 TSMC가 있으므로 반도체 공급망 문제도 다루겠지만, 주된 논의 주제는 최근 악화한 중국과 대만 관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서는 반도체 공급, 방역물자 지원, 경제협력 강조

    반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한국에서 김 총리, 정 장관, 문 장관을 만나 경제협력과 방역협력을 주로 논의했다. 

    이들은 김 리와 만나 “코로나 사태 이후 상원에서 초당적 대표단을 구성해 첫 해외 방문지로 선택한 것이 한국”이라며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상원의원들은 또한 코로나 대유행 초기 한국이 미국에 방역물자를 지원해준 데 감사를 표하면서 “오늘 도착한 미국 백신이 한국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으로 코로나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의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문 장관과 면담에서도 경제협력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머니투데이가 전했다. 

    문 장관은 “한국기업이 발표한 대규모 미국투자계획을 이행할 때 인센티브 등이 적기에 지원될 수 있도록 미국 의회에서 전폭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 ▲ 지난해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선 댄 크랜쇼 하원의원(텍사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선 댄 크랜쇼 하원의원(텍사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에는 매우 드문 ‘상이용사’ 출신 의원들

    대만을 깜짝방문한 미국 상원의원들은 3시간 만에 다시 오산공군기지로 돌아와 귀국했다. 7일(현지시간) 열리는 상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부 언론은 방한한 상원의원들 중 ‘상이용사’ 출신에 주목했다. 주인공은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이다. 

    더크워스 의원은 현재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으로, 태국계 미국인이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냈다. 어머니는 화교였고 아버지는 독립전쟁 참전용사 후손이었다. 부계(父系)는 독립전쟁 이후 대대로 전쟁에 참전했다고 한다. 그 또한 조지워싱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군에 입대했다.

    이후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헬기 조종사, 그것도 편대장으로 참전했다. 당시 미군 내 아시아계 여성 헬기 편대장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2004년 이라크 반군의 RPG 공격으로 헬기가 격추당하면서 두 다리를 잃었다. 팔에도 심한 장애를 얻었다. 여성 헬기 조종사가 두 다리를 잃은 사례도 미군에서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재활치료를 받고 예비역으로 전환한 더크워스 의원은 이후 일리노이주 보훈처장, 보훈부차관보 등을 지낸 뒤 2012년 일리노이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그의 계급은 중령이었다. 

    2014년 군문을 떠난 그는 2016년 상원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이후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러닝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지명도가 높아졌다.

    참전용사·상이용사 우대하는 미국 정치권… 한국은?

    미국에서는 참전용사, 특히 상이용사 출신이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8년 8월 별세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해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메케인 의원은 1967년 작전 도중 격추돼 월맹군에 붙잡혔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에 따라 풀려날 때까지 5년6개월 동안 전쟁포로 생활을 했다. 이때 고문으로 얻은 부상은 평생 그를 괴롭혔다.

    현역 정치인 중에는 1984년생 댄 크랜쇼 하원의원(공화·텍사스 2구)이 있다. 텍사스 석유 엔지니어였던 부친 슬하에서 태어난 크랜쇼 의원은 터프스대 재학시절 해군 ROTC에 지원했다. 이후 해군에 입대한 그는 2006년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지원했다. 

    기초수중파괴훈련(BUD/S)을 마친 그는 격전지였던 이라크 팔루자로 파병된다. 이곳에서 네이비실 3팀 소속으로 근무한 뒤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된다. 이곳에서 2012년 급조폭발물(IED) 기습공격을 받고 오른쪽 눈을 잃는다. 

    크랜쇼 의원은 오른쪽 눈을 잃은 뒤로도 4년 더 복무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역 후 2018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이용사 출신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이종명 예비역 대령이 당선된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