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선거, 부패, 경제, 방산, 참사 등 6대 범죄는 장관 허락 받아라" 수사권 제한"인사적체" 박범계 발언이 불 질러… 평검사까지 들썩이자 "보고 듣고 재검토" 주춤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법무부의 검찰 조직개편을 놓고 일선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고검장급부터 일선 평검사들까지 조직개편안에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보고를 들어보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인사개편안에 따른 검찰의 반발이 심해 전국단위의 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의 반발이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검찰 조직개편을 두고 고검장급 인사들이 사표를 내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등 대검에 '검찰 수사력 약화' 등 우려 담긴 의견서 제출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법무부의 '검찰 조직개편안'에 따른 의견을 모아 대검에 전달했다. 취합된 의견서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로 수사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임명한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에 의해 살아 있는 권력사건 수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서울남부지검·수원지검·광주지검 등에서도 '검찰 수사력 약화'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한 의견서를 대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검들의 이 같은 반발은 법무부가 지난 21일 보낸 '조직개편안 및 의견조회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이 원인이다. 

    법무부는 이 공문에 검찰이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를 직접수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 요청 및 법무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게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6대 범죄로 쪼그라들었다. 이 가운데 법무부가 6대 범죄마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인사를 개편한다는 공문을 하달하자 검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온 것이다. 

    검찰 인사위 결과 두고도 반발… "한직으로 보내겠다는 것"

    검사들의 반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7일 법무부가 진행한 검찰 인사위원회 회의 결과를 놓고도 반발이 이어졌다. 

    무부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고(高)호봉 기수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의 보직범위에는 수사권이 없어 한직으로 취급받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의 보직도 포함된다. 

    박 장관 역시 27일 출근길에 "(검사장급에서) 인사적체 문제가 있다"고 밝혀,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검사장급이 진급을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고검장급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검장급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같은 한직으로 보내겠다고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인사위원회 회의 결과를 두고 "명분은 '검사장급 보직의 탄력적 인사'라 하지만 정권이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더욱 강력하게 틀어쥐겠다는 정치적 노림수"라며 "이런 방식으로 정권이 검사 인사를 주무르면 누가 감히 정권비리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연이은 검찰 반발에… 박범계 "다시 검토해볼 것"

    이 같은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자 박 장관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28일 출근길에  '인사개편안에 따른 검찰의 반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보고받아봐야 한다"며 "보고를 들어보고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인사적체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관한 질문에는 "인사 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검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법조 관계자는 "고검장급 인사들뿐만 아니라 일선 평검사들 사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니 조심스러워진 것"이라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다가는 전국적인 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보이니 일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사개편안을 뜯어고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시 반응을 살펴본 뒤 강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