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지수제 6년 만에 폐지·높이제한 완화… 2025년까지 재개발로 13만호 공급 계획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며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전략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이를 위해 이른바 '박원순표 빗장'이라 불리던 '주거정비지수제'를 6년 만에 전격 폐지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주민동의율과 노후도 등을 부문별로 상세히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사업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지난 2015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 재개발 구역지정이 '0'건에 머무는 등 주택공급을 가로막아 부동산 가격 급등과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세훈 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 시장이 내놓은 6대 방안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 기간 단축(5년→2년) △사전 주민동의율 강화 및 확인단계 간소화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통한 구역 발굴 등이다.

    시 주도 공공기획 전면 도입… 5년 걸리던 정비구역지정 2년 이내로 단축

    오 시장은 "주택가격 급등의 핵심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공급"이라며 "서울시는 재개발부터 정상화하며 재개발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24만호 주택공급을 본격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서만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만6000호(5년간 13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15년 이후 재개발 신규 지정이 없었던 만큼 지난 10년간 연평균 공급량(1만2000호)의 두 배 이상을 매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시장은 우선 재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했던 재개발구역 지정이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필수항목(노후도 동수 3분의 2 이상, 구역면적 1만㎡ 이상)을 충족하고 선택항목 4가지(노후도 연면적 3분의 2 이상, 주택접도율 40%, 과소필지 40%, 호수밀도 60세대/ha) 중 1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시는 그간 자치구가 맡아 통상 42개월 정도 걸리던 사전타당성조사·기초생활권계획수립·정비계획수립 절차가 3분의 1 수준인 14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제안사전검토 절차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절차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돼 통상 5년 걸리던 정비구역지정 기간 역시 2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획 도입으로 사전타당성 조사 단계가 통합·폐지되면서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한다. 다만 사업 초기단계인 주민제안 단계에서 동의율을 10%에서 30%로 상향 조정해 주민간 갈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주민 동의율 3분의 2이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화·슬럼화된 곳 지정 재추진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화 또는 슬럼화된 곳은 주민합의에 따라 신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재개발해제구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제지역 316곳 중 170여곳(54%)의 건물 노후화가 심각하다. 시는 주민들의 재추진 의사에 따라 구역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제지역의 70%가 동북서남권에 몰려있는 만큼 해당지역을 대상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서울시는 재개발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 도입에 따라 통상 5년 걸리던 정비구역지정 기간이 2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서울시는 재개발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 도입에 따라 통상 5년 걸리던 정비구역지정 기간이 2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또 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 7층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 지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에 한해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 중 난개발 등을 막기 위해 7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한 지역들에 대해 재개발 추진 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 정비구역 지정시 '7층 규제' 완화

    이에 따라 정비계획 수립 시 2종 일반주거지역 수준의 용적률(기준용적률 190%, 허용용적률 200%)을 적용받고, 7층 이상 건축이 가능해지는 만큼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서울 전체 주거지역(325㎢)의 약 43%(140㎢)를 차지하고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규제 지역이 약 61%(85㎢)에 달하는 만큼, 이번 규제 완화로 상당한 공급 확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오 시장은 층고 규제 완화에는 시의회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답을 내놨다. "해당 지역은 서울시내 전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시의원님들께도 상당히 많은 민원이 그동안 쌓였을 것"이라고 분석한 오 시장은 "의회에서 찬반 양론은 있을 수 있어도 무난하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사안이고, 발표 전에 충분히 시의회와 교감한 상태에서 마련된 안"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해마다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도 실시한다. 자치구별 주택수급계획과 재개발 현황 등을 토대로 공급 목표를 설정하고 재개발 시급성 등을 종합 고려해 연 25곳 이상 재개발구역을 발굴하기로 했다.

    투기 방지대책 마련… 분양권 취득 위한 지분 쪼개기 원천 차단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후보지 공모시 공모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해 공모일 이후 투기세력의 분양권 취득을 위한 다세대 신축 등 지분 쪼개기는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후보지 선정 후에는 비경제적 신축행위를 제한하는 건축허가 제한과 실소유자만 거래 가능하도록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번 재개발 규제 완화가 정부 주도 공공 재개발과 민간 재개발 간 경쟁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시장은 "자연스럽게 공공 재개발과 민간 재개발이 시장에서 선택될 것"이라며 "신규 주택공급의 좋은 루트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듯 주택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공급"이라며 "최근 10년 간 주택공급 기회감소를 만회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오 시장은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재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책을 가동해 신속하고 신중한 주택공급을 우선 추진하고자 한다"며 "동시에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확고한 원칙 아래 필요하다면 서울시의 권한을 총동원해 추가 대책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