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대부' 장기표-'주사파 핵심' 민경우… "4·7 선거로 文 대북정책 변화할 듯" "과거 386세대의 대북관 잘못돼… 남한의 핵 개발, 자체 보유 강력하게 말해야" "文정권의 노동 존중은 민노총 존중일 뿐… 저소득층, 실업자, 청년들 더 어려워"
  •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절대 패망한다."

    '운동권 대부' 장기표 선생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평가를 종합하며 이처럼 힘주어 말했다. 장 선생은 1960년대부터 학생운동·노동운동을 하다 9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운동권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그는 문재인정권의 경제·외교 실정 등을 향한 비판뿐 아니라 '주사파세력'이 주류인 문 정권의 '내로남불'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운동권 대선배'의 꾸지람인 것이다. 서울·부산시장선거에서 참패한 정부·여당을 두고 장 선생은 "문 정권의 여러 실정 중 중요한 것은 '위선'에 따른 심판이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선생과 함께 대담에 참여한 민경우 수학연구소장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민 소장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정책기획팀장 등을 지낸 '주사파 핵심'이었지만, 연평도 포격과 운동권 지식인들의 위선적 태도 등을 보며 '변종 운동권'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본지는 장 선생과 민 소장의 대담을 지난 4월12일부터 차례로 보도했다. 이들은 첫 대담에서 '1970년대 운동권의 사상적 경향과 운동권에 미친 리영희 선생의 영향' 등에 관련한 견해를 나눴다. 이들은 이어 '북한 참상에도 침묵하는 위장 진보 지식인들' '북한의 민낯, 그리고 친북적 사고구조의 대안' '김상조·박주민·조국 등 가짜 운동권 인사의 위선적 행태' 등을 주제로 대담을 차례로 진행했다. 4·7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2030세대의 반란'를 다루기도 했다. 

    이번 회는 이 대담의 일곱 번째로 시리즈의 마지막 회다. 이번에는 4·7 재·보궐선거로 드러난 문 정권의 대북·평등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관한 내용이다. 장 선생은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른 반감이 이번 선거에 반영됐다'는 민 소장의 견해를 반박하며 대담을 이어갔다. 이들은 문 정권의 위선에 공감을 표하며, 향후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경우: 지난 4·7선거와 관련해 북한 문제도 논의해 보자. 현 정권은 친북 저자세를 보인다는 논란이 있는데.

    "실체로 따지면, 문재인정권은 주사파정권이다. 주사파의 특성은 대한민국에서 정통성 있는 정부는 원래 북한이었다고 본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방식으로 북한문제를 합리화한다. 또 문 정부의 남북 대화·교류 노력을 지지하고, 남북 평화가 진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문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옹호·지지해온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 '문 정권의 대북정책, 대북 저자세 때문에 2030이 투표를 안 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을 듯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면, 남북관계가 이번 선거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결정적 파열음을 낼 것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 간 대치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중이 주목한 것은 한국정부의 성향이다. 한국정부 성향이 향후 어떤 성격의 정권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 전체가 변화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은 부동산·젠더보다 동북아 정세다. 한국에 새로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면 연쇄적으로 미·중, 대미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4050세대와 다른 성향의 통일관을 갖는 (2030이라는) 집단이 생기는 과정이다.  

    "2030 및 중도에서 야당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문 정권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판단 때문에 돌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향후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였다. 이번 선거로 인해 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주사파정권이 붕괴하고 향후에는 다른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반미'를 골자로 한 문 정권이 없어지면)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항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이 중대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중 강경책들이 구체화하는 국면, 평창올림픽 때 젊은 친구들이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제동을 건 점 등이 있었다. 이것이 386(현재 586인)의 세계관·통일관과 매우 다른 색의 통일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도 이는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본다. 문 정권이 몰락하고 새로운 색의 통일관이 만들어진다면, 그 양자를 비교해 달라.  

    "나는 문 정권이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하려 할수록 돌아오는 것은 남북관계 화해가 아니라 (남북관계을 향한) 모독·모욕밖에 안 된다고 본다." 

    -지금 그렇게 됐다. 

    "그렇다. 북한은 남한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보수 혹은 진보세력도 이에 관해 바른 인식을 하지 못한다." 

    -과거 386의 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한다. 386의 세계관은 동포애적 감정으로 남북관계를 다뤘다. 그래서 남북 교류협력도 남북이 가족 같은 것이니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순진한 생각이다. 당연히 북한은 남북교류를 하더라도 동포애적 교류는 최대한 적게 하고, 달러나 무기 등을 주는 식의 조치만 원한다. 

    "북한은 (우리와) 교류를 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남북관계가 나빠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 정권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좋아진 때는 2018년부터 다음해 2월까지, 총 14개월 밖에 안 된다. 그 동안만 좋았다. 이때도 문 정부의 대북 화합정책 때문에 좋아진 것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것(북폭설)이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결국 과거의 386세대 혹은 지금 4050세대의 남북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대북정책이 틀린 것 아닌가. 

    "틀렸다."
  • ▲ 장기표(좌) 선생과 민경우(우) 수학연구소장. ⓒ정상윤 기자
    ▲ 장기표(좌) 선생과 민경우(우) 수학연구소장. ⓒ정상윤 기자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북정책이) 파산을 맞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길은 어떤 길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2030대의 통일관이 이와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체로 2030세대는 통일 등 남북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본다. 또 민 소장의 말과 달리, 이번 선거는 남북관계를 평가한 선거가 아니다. 다만 선거 결과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겠다."

    -동북아 정세나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에 비해 남북관계가 의제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중 관계가 심화하면 2030세대도 급속히 자신의 정견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이것이 맞물리면서 내년 대선 때 총체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30세대에 주목하고, 이들과 호응하는 통일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문 정권의 정책은 남북 화해를 이루지 못하면서 오히려 남남(南南) 갈등, 이념적 갈등만 불러일으켰다. 또 이 정권은 북한정권을 계속 도와준다. 이는 북한 인민들의 참상을 지속시킨다. 이런 문제인식이 젊은 사람들에게도 있어야 한다. 서울대 통일연구소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에 반대하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온다. 이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왜 그런가.

    "통일되지 않으면 남북사회가 정상사회가 되기 어렵다. 통일돼야 한다."

    -한국경제는 1990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북한 없이 세계 10위 정도의 경제대국이 되지 않았나. 북한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북한과 상관 없이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다만 (통일이 안 되면) 이념갈등이 된다는 면이 있다. 우리 내에서의 남남 갈등이다."

    -남남 갈등의 경우, 예전에는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을 상대로 공격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을 공격하지 않는가. 두드러지는 남남 갈등은 아니다.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남한 내부의 이념 갈등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현실적으로 주사파가 존재하는 것도 북한이 있으니 존재하는 것이다. '북한이 있더라도 남한 내 문제이지, 주사파세력을 없애면 되지 않는가'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통일이 안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결과적으로 남측이 북한의 존재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역사가 끝나는 시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문 정권이 집권세력으로서는 몰락하겠지만 주사파세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북한이 이 세력을 서포트(support·지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에 대응하는 이데올로기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 고민하는 부분인데, 북한이 핵을 갖는다면 남한도 핵을 갖겠다는 식의 담론이 존재하지 않으면 힘의 균형이 안 맞는다. 물리적·정치적 균형이 안 맞는 것이다.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 핵무기를 안 갖는다면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없게 된다. '자주국방'을 할 수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나는 핵무기를 가져야 통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2030세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 투표한 것은 아니지만,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과 핵이 대립하게 되는데 그때 이루는 통일은 어떤 통일인가.

    "통일이 되려면 북한정권이 붕괴해야 한다.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현실적 힘은 중국 만이 가지고 있다. 미국의 북폭은 (국제사회 등 현실 때문에)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한의 핵무기 개발, 보유 등을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4·7 선거와 관련해 젠더·북한·평등 등 세 가지 주제를 잡았는데, 마지막으로 평등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선거로 인해 386세대의 평등관도 파산했다고 본다.

    "문 정권의 총체적 실정에 따른 심판이라고 본다. 그 중 중요한 것은 위선을 향한 엄중한 심판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조국 사태'로 비롯됐다고 본다. 또 문 정권이 내세우는 '평등'을 향한 심판이라고도 본다. 문 정권은 양면성이 있지만 평등을 강조한다. 노동 존중 등이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평등은 만고불변의 진리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시대 상황에 따라 그 효과가 반대로 나타난다. 지금은 기계적 평등을 적용하면 경제적 약자들이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못 살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평등을 강조하는 구체적 정책이 '고교평준화'다.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은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맞는 때가 있지만 지금은 안 맞는다. '최저임금 인상'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정책을 시행하면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던 사람들이 실직으로 내몰린다. 이 정권이 내건 '노동존중'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존중일 뿐이다. 저임금 노동자들, 실업자, 청년들은 더 어려워졌다."

    -내로남불과 부정·비리는 어느 정권 때나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 때와 문 정권의 내로남불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전자는 허위형, 문 정권은 이념형이다.

    "문 정권은 그들의 이념이 옳다고 생각하니, 잘못을 진짜 모를 수도 있다. 경제학 용어인 '임금주도성장론'을 바꿔 (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했다. 임금주도성장론이 통계학적으로 몇십년간은 맞았다. 이윤이 창출되면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분배받고, 그 노동소득이 증대돼야 소비와 내수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상황이 바뀌었다. 주택문제도 영국이나 서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영구임대주택이 맞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도 맞는다고 하면 안 된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정권을) 이념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문 정권을 향한 정치적 심판 외에 경제적 투쟁의 성격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가.

    "계급투쟁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에는 계급 간에 대립했지만, 지금은 이해관계가 계층 간으로 나뉘어 있어서다. 다만 이 정권이 국민을 잘살게 할 정권이 못 된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였다."

    -그간 우리는 민주화운동권을 총체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번 서울·부산시장선거가 문 정권의 몰락과 파멸을 상징하고, 그 결과를 돌아보면서 젠더·북한·평등 문제 등을 정리해 봤다.

    "경제적으로 정의와 공정의 문제도 봤다. 약 두 달 전만 해도 문 정권의 여러 실정에도 이 정권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30~50대의 확고한 지지, 국민의힘이 지지를 못 받는 상황 등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절대 패망한다. 이번에 국민의힘이 잘하고 무엇을 공격해서 이 정권이 패망해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문 정권이 몰락한 뒤 좋은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첫째, (여권 내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집권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없다고 본다. 문명사적 대변동기에는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해 새로 도래하는 문명시대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이 지사는 그런 인식이 전혀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없다. 그렇다면 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꼭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나름의 국정운영 방안으로 본다면, 그나마 야권이 집권하는 것이 낫다. 역사의식에 투철한 정권은 못 되더라도, 주사파정권은 아니지 않은가. 이 점에서 (현 정권의) 대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을 강조해 현 정권을 지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