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극우' 지칭하는 좌파 프레임에 동조… "좌향좌해서는 아예 이사가는 판국" 비판도
  •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뉴시스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힘이 '5·18 41주기'를 맞아 '호남 끌어안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내년 3·9대선을 앞둔 야권의 대권주자들도 대거 광주에 집결하거나 '메시지'를 내는 등 '5·18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野, 대선 앞두고 '호남' 공략…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 기념식에서 "희생당하신 분들, 부상하신 분들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큰 희생을 통해 오늘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권한대행은 이어 "그분들의 정신을 잘 이어가면서 통합과 상생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그분들의 뜻을 잘 받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대행은 이날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호남을 방문하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5·18 41주기 기념에 가세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당의 '호남동행의원'으로서 별도로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에는 북한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을 치켜세웠다"며 "우리가 할 일은 북한으로의 5·18정신 전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대학생들 속에서 다시 불리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에서 '5·18정신' 헌법 전문에 담자는 목소리도

    5·18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달라진 자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사과'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의 초선의원들은 지난 10일 광주5·18민주묘지에서 '묘비 닦기' 봉사를 진행했고, '우파정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성일종 비대위원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17일 5·18민주유공자유족회의 5·18추모제에 초청받았다.

    나아가 당에서는 이른바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5·18개헌론'까지 거론됐다. 

    성 비대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5·18정신은) 이미 당 정강·정책에 다 들어가 있다. 개헌논의가 이뤄지면 그런 부분이 다 토론이 될 것"이라며 "원포인트 개헌에 저는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선거에서도 '컷오프' 통과자의 첫 합동연설회를 광주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6·11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은 "국민과 함께 5·18정신을 살리고 미래로 가는 '택시 운전사'가 되겠다(주호영 전 원내대표)" "그날의 숭고한 희생(김은혜 의원)" "전두환 군부에 희생당한 영령께 묵념(신상진 전 의원)" 등의 메시지를 쏟아내는 등 광주민심 구애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는 국민의힘의 '도로영남당' 프레임 탈피와 '전국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겠다는 적극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김웅 의원은 '움캠(움직이는 캠프)'의 첫 일정을 이날 광주·제주에서 시작했다.

    대선 앞둔 野 잠룡들도 일제히 광주행

    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대선주자들도 '광주행'에 몸을 싣고 정권교체의 '키'로 부상한 중도층 공략에 주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통합당 의원은 각각 16, 17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원 지사는 방명록에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받들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데 저도 앞장서겠다"고 적었고, 유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도 그동안 많은 과오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민과 5월 영령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념식 참석 후 "역사의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를 잇는 5·18정신을 우리 후대가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5·18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과 닿아 있는 우리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문재인정부는 독선과 전제주의로 5·18정신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5·18 구애' 과도하다는 평도…"좌향좌하는 판국"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외연 확장이란 자신의 본거지를 탄탄히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인데, 우리 당은 지금 본령인 우파세력을 '극우'라고 지칭하는 저들의 프레임에 동조해 좌향좌해서는 아예 보따리 꾸려 이사가는 판국"이라며 "민주당은 이번처럼 크게 패했음에도 '중도' 잡겠다고 '우'로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봉규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도로한국당'이 아니라 '도로바미당(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중도보수'도 아닌 대놓고 '중도당'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보수는 어차피 자기들 찍을 것이라는 오만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는 도태우 변호사는 통화에서 "5·18은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는 요소도 있어 무리하게 모든 것에 앞서 신성화·성역화하면 자유민주 헌법질서가 허물어진다"며 당의 행보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