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차관보 대행, 하원 청문회서 밝혀…오바마 ‘발사의 왼편’, 트럼프 ‘대화’와 크게 다른 기조
  • ▲ 제니퍼 월시 미국 국방부 국토방어·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미국 국방부 제공.
    ▲ 제니퍼 월시 미국 국방부 국토방어·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하원 청문회에서 “한미 연합군은 현재 유사시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오염 환경에서 작전하는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한다.

    美국방부 차관보 대행 “김정은, 한반도 유사시 핵 공격할 위험성 감안해 대비”

    제니퍼 월시 미국 국방부 국토방어·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정보·특수작전 소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김정은이 한반도 유사시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할 수 있는 위험을 감안할 때 한미 연합군은 화학·생물학·방사능 및 핵공격으로 인한 오염(CBRN) 환경에서도 작전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5일 보도했다.

    CBRN 환경이란 쉽게 말해 핵공격이나 화학무기·생물무기 공격을 받은 이후를 말한다. 월시 차관보 대행은 “한반도에서 CBRN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오염 제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는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특히 유사시 피해인원 수용, 전력 이동·전개, 공해상 오염 제거 및 작전 수행 역량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한국과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CTRP·과거 구소련 핵탄두 폐기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자금을 주고 핵무기를 사들였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군은 CBRN 대응을 위해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시 차관보 대행은 “이 사안(북한의 화생방 공격에 대한 대응)은 분명히 (한미 연합군의) 우려와 위협 목록 가운데 최우선 순위에 있다”며 “한미 연합군의 화생방 공격 대응 역량은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만 100만 개 이상의 보호·탐지 장비를 공급했고, 화생방 위협에 대한 의료대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군 고위급 당국자들 “북한 WMD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

    방송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거나 서면 자료를 제출한 미국 국방부 핵·생물·화학공격 방어 계획 담당 브랜디 반 차관보 대행, 미군 특수작전사령부(SOCOM) 티모시 스자이맨스키 부사령관, 미국 국방부 방어위협감축청 리스 윌리엄스 청장 대행 등 고위급 당국자들은 ‘북한 WMD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의 WMD 역량 강화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 ▲ 2019년 12월 의정부에서 실시했던 한미연합 북한 핵제거 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12월 의정부에서 실시했던 한미연합 북한 핵제거 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랜디 반 차관보 대행은 서면자료를 통해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결정적 이점을 얻기 위해 비대칭적이고 비전통적인 전력인 WMD 역량을 조용히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WMD와 관련해 새로운 공격 역량을 얻거나 개발하기 위해 공세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WMD에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티모시 스자이맨스키 부사령관도 서면자료를 통해 북한의 WMD 역량을 설명한 뒤 “북한은 특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외국산 물품, 생화학무기 생산·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리스 윌리엄스 청장 대행도 “중국, 러시아, 북한은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증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의 ‘발사의 왼편’, 트럼프의 ‘싱가포르 합의’…바이든은 ‘핵공격 대비’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바이든 정부의 북핵 대응정책이 과거와는 다를 것임을 예고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못하도록 ‘발사의 왼편’ 전술을 사용했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쏘기 전 해킹 등 방해공작을 통해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연합으로 ‘참수작전’ 훈련도 실시했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6월 미북정상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았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는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확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월시 차관보 대행의 발언으로 보면, 바이든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핵공격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가 한국군과 함께 핵전쟁 대비역량을 신속히 확중하고 있다는 말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패 가능성을 높게 보고, 그 후를 대비한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