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기소의견' 내면 빠져나갈 구멍 없어… 이성윤, 자기가 만든 덫에 자기가 걸려"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차기 검찰총장후보 레이스에서 탈락한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심의위원회 날짜가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후보군에 제외되면서 그를 수사하던 검찰이 부담을 덜게 됐다며 이 지검장의 기소가 더 쉬워졌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을 대상으로 한 수심위는 오는 5월10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 수심위원장은 양창수 전 대법관이다. 양 전 대법관은 29일 법조계와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 가운데 이 사건을 심리할 심의위원 15명을 선정했다. 

    김학의 사건 수사외압 살펴보는 이성윤 수심위

    수심위는 대검 산하의 위원회로 2018년에 도입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 등을 평가하는 기구다. 수심위 소집 요청이 제기된 사건의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 등을 검찰에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이 권고에 강제력은 없다. 

    이번에 소집된 수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이 지검장이 외압을 행사했는지 살펴본다. 

    이 지검장이 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이 지검장 측은 성명을 통해 "수사팀이 오로지 이성윤 검사장만을 표적 삼아 수사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며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원지검은 이를 수용하며 오히려 조남관 검찰총장직무대행에게 이 지검장 사건 관련 수심위를 신속히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원지검이 그만큼 이 지검장 기소에 자신이 넘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 스스로 (이 지검장의) 수심위 요청을 승낙한 것을 보면 (기소에) 굉장히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수원지검은 수심위의 '신속한 소집'을 요청했는데, 이는 이미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심위가 수사팀의 판단에 힘을 실어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이 지검장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수사기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도 이 지검장이 김 전 차관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 ▲ 서울중앙지검. ⓒ정상윤 기자
    ▲ 서울중앙지검. ⓒ정상윤 기자
    서울중앙지검장이 뽑은 검찰시민위원 2명, 수심위원 추첨에 입회

    이 가운데 수심위 위원들의 중립성에 관한 지적이 나온다. 수심위 예규나 조직 구성을 보면 이 지검장이 수심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10조 3항은 "수심위 간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 2명을 선정하여 (현안위원회 위원) 추첨에 입회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이 검찰시민위원 위촉 및 해촉 권한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있다. 추첨에 입회하는 검찰시민위원을 이 지검장이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수심위 위원 전원을 다시 뽑아야 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결국 이성윤 지검장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강제성 없는 수심위 결론… 이성윤도 두 차례 무시한 이력 있어

    수심위 판단과 별개로 이 지검장이 기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심위의 결론은 강제성이나 구속력은 없고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검장은 과거 '이재용 삼성 부회장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과 '한동훈-채널A 기자 검언유착' 사건에서 심의위가 내린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수원지검 역시 수심위 판단 여부와 상관없이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자신이 만든 덫에 자신이 걸린 꼴"이라며 "자신도 수심위 결론을 무시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수원지검도 수심위 결론을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레이스에서 탈락한 것도 수사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지검장이 총장후보자로 지목된 상태에서 수사팀이 기소한다면 검찰총장 내쫓기 혹은 대통령 인사권에 개입 등으로 비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후보가 됐다면 수사팀이 '차기 검찰총장 기소'라거나 '대통령 인사권에 반발' 등의 압박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이 관계자는 "그런데 이 지검장이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면서 수사팀이 갖는 압박이 크게 덜어졌다. 한마디로 기소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