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터키대사관 "러시아·중국 백신 반입, 접종 가능성" 외교부에 문의이재명 송영길 홍영표 박용진 “러 백신” 주장… "왜 이런 백신만 관심 갖나" 비판
  • ▲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서방국가에서는 도입하지 않은 백신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서방국가에서는 도입하지 않은 백신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교부가 러시아산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관련 정보 수집을 재외공관에 지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주한 러시아·터키·중국 공관은 국내에서 승인받지 않은 러시아·중국 백신을 가져와 접종해도 되는지 문의했고, 당국은 “괜찮다”는 답변을 줬다. 최근에는 러시아 백신 도입을 촉구하는 여당 의원도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이 이어지자 문재인정부는 왜 모두 서방국가들이 외면한 백신에만 관심을 갖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스푸트니크V 백신 안전성 관련 해외정보 수집, 12개국 공관에 지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에 관한 해외정보 수집을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며 “러시아를 포함한 12개 재외공관에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식약처로부터 공문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재외공관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관련) 보고가 오면 해당 정보를 방역당국에 보낼 것”이라며 “백신 도입에 대해 외교부에 묻지 말라. 방역당국이 구체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도 22일 외교부에 공문을 발송한 사실을 확인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백신에 비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신규 백신 허가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유럽의약품청(EMA)도 (스푸트니크V 등에 대한) 허가 절차에 착수한 지가 꽤 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서 확보한 데이터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한 러시아·터키 대사관 “러시아·중국 백신 가져와 맞아도 되느냐”

    스푸트니크V 백신은 정부 도입 전 러시아대사관에 반입될 수도 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과 터키대사관이 러시아·중국산 백신을 들여와 대사관 직원에게 접종해도 되느냐고 지난 3월 초순 정부에 문의했다고 조선비즈가 국민의힘 백종헌의원실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러시아대사관과 터키대사관은 지난 3월8일 국내에서 승인받지 않은 스푸트니크V 백신과 시노백 백신 반입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공문을 외교부에 보냈다. 자국 외교관과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에게 접종하기 위해서라고 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공문을 전달받은 식약처는 지난 3월23일 “한국 내 자국민에게 사용할 의약품이라면 외교행랑을 통해 반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질병관리청은 3월30일 “일정 조건을 갖추고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에 대한 접종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질병관리청은 덧붙였다.

    이재명·송영길·홍영표·박용진 “러시아산 백신 도입하자”
  • ▲ 미국 모더나의 우한코로나 백신. 부작용 발생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동안 구경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모더나의 우한코로나 백신. 부작용 발생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동안 구경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한 러시아대사관과 터키대사관의 문의에 따른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의 답변, 외교부의 스푸트니크V 정보 수집 지시는 최근 러시아 백신 도입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점점 느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월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여당에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계속 내놓는 상황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개적으로 제안한 뒤 더불어민주당 대표후보들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촉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기존 제약 외에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플랜 B’가 필요하다”며 “저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외교와 집단면역 달성을 지원하고 ‘플랜 B’ 추진도 돕겠다”고 나섰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유럽연합(EU)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의) 긴급사용허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허가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스푸트니크V 백신은 우리나라에서도 생산하려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도 나서고 장관들도 나서고, 또 당에서도 나서면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은) 해결되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지난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과학적인 확인만 된다면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58개국 ‘스푸트니크V’ 사용… 서방국가에서는 승인 안 해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은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얀센 백신처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했다.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없앤 뒤 우한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들었다.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처음 승인한 뒤 현재 세계 58개국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호주·영국·EU 등 서방국가에서는 아직 승인받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위탁생산을 맡긴 것처럼 스푸트니크V 백신도 국내에서 5월부터 위탁생산을 시작한다. 백신 개발 주체인 러시아 국부펀드는 지엘라파·한국코러스와 위탁생산계약을 맺었다. 5월부터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전량 수출된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백신 도입이 쉽지 않겠느냐”고 주장하지만 AZ 백신에서도 볼 수 있듯 국내 생산과 백신 도입은 별개의 문제다. 

    외신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월28일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백신을 적극적으로 수출하려던 러시아가 최근 국내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다시 백신 수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스푸트니크V도 문재인정부가 원하는 만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