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의식하고 행정한 적 없어… '의식 속에 없었다'고 표현했으면 좋았을 걸"
  •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가 여권이 집중 제기하는 처가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에 적극 반박하며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초기 대응발언이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고 인정했다.

    오 후보는 이를 "의식 속에 없었다"는 표현으로 정정하며 "제 임기 5년 동안 (내곡동 땅을) 의식하고 행정을 한 적 없다. 다시 말해서 제 마음 속에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훈토론회서 '내곡동' 질의 집중…"의식 속에 없었다"

    오 후보는 3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내곡동 땅 관련 의혹에 따른 질문이 쏟아지자 이같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10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과 답변에만 45분이 할애되자 오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조차 45분이 넘게 이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은 비전과 정책을 듣고 싶어하는 서울시민들의 손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내곡동 문제가 지난 9일 처음 제기됐을 때의 최초 해명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반성하게 된다. '존재 자체도 몰랐다'는 표현이 빌미가 된 것 같다"며 "'(내곡동 땅이) 제 의식 속에 없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참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당시 신속한 대처에는 성공했고 만족했다"면서도 "빠른 해명을 위해 10년 전 표현을 그대로 썼다. 그러다 보니 표현이 과하고 부정확한 것이 있었다"고 후회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그게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라며 "존재 자체도 의식 못했다는 것을 존재도 몰랐다고 표현한 것이 그렇게 큰 죄가 되느냐"고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또 내곡동 땅 측량 참여 여부를 둘러싼 의혹에 지난 29일 MBC '100분토론'에서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회자하자 "이게 16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인간의 기억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시가보다 낮게 보상받았다는 것"

    오 후보는 내곡동 땅 문제로 집안이 '초토화 상태'가 됐다고도 하소연했다. "지금 처갓집은 패닉 상태, 거의 초토화 상태"라고 전한 오 후보는 "지은 죄도 없으면서 서로 미안해 한다. 집에 가면 아내가 제 눈치를 보고, 저도 아내 눈치를 본다. 이런 모습이 온 집안을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또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서울시장 보고 없이 추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 후보는 "국장 전결사항으로 처리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시가보다 낮게 보상받았다는 것"이라고 밝힌 오 후보는 "(보상금을) 더 달라고 이의신청하거나 소송할 수 있었지만, (장모가) '우리 사위가 서울시장 했는데, 이 문제를 갖고 이의신청하거나 소송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고민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결과적으로 정부에서 제시한 금액 그대로 받아 시가보다 평당 40만~50만원 손해 봤다"고 반박했다.

    "1가구 1주택자, 소득 없으면 재산세 면제해야"

    내곡동 문제에 따른 질문과 해명이 일단락된 후 오 후보는 부동산 급등 및 공시지가 상향조정과 관련 "1가구 1주택의 경우 소득이 없는 분들은 재산세를 면제해 드려야 한다"며 세금감면 대책을 제시했다.

    "공시지가는 지난해 너무 올라서 적어도 올해는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오 후보는 "동결을 전제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후보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5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재산세 납부 기준 등을 (3억~6억이 아닌) 6억에서 9억 정도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과세구간 변경을 주장했다.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시의회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오 후보는 "민주당은 선거 앞에서 굉장히 적응이 빠른 정당"이라며 "제가 시장이 돼서 지속해서 촉구하면 대선을 앞두고 충분히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공급 억제와 관련 "지속적으로 물량이 공급된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부동산값 폭등 대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정부도 공급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와 공동 운영?… 자리 나눠 먹기 수준 안 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약속한 서울시 공동 운영과 관련해서는 "공동 운영은 철학을 같이하고 정책을 같이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시정 운영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시장이 된다면) 안 대표와 함께 새 정치를 보여드리겠다. 아마 놀랄 것이다. 서울시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코 자리 나눠 먹기 수준의 공동 운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오 후보는 "철학과 원칙을 함께하고 정책을 공유하고 조율하면서 정기적으로 만나 서울시 경영을 논의하는 것도 보시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