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라더니 미국이 '삥' 뜯고, 트럼프가 빵셔틀"… '외교관 교육' 김준형 원장 막말논란 일자 외교부 "개인 의견일 뿐… 한미관계,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호혜적" 급진화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상대방을 지배하고 착취해 정신을 망가뜨리는 행위)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지난 30일 저녁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외교원장의 개인적 소신"이라며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김 원장의 해명도 함께 전했다.

    김준형 원장 "미국, 한국 '빵셔틀' 취급하며 '삥' 뜯은 것"

    김 원장은 지난 30일 출간한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서문에서 "70년의 긴 시간 동안 한미동맹은 신화가 됐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돼 왔다"며 "이는 우리가 처한 분단 구조와 열악한 대외 환경 아래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미흡함이 있더라도 헌법에 따라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두고 미국 대통령에게 가서 구속·기소해 달라고 탄원하는 사람들이 120만 명이 훌쩍 넘는다는 사실은 바로 한미동맹이 한국의 이성을 마비시킨 가스라이팅 사례"라고 김 원장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가스라이팅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김 원장은 "그럼에도 그런 비교가 한미동맹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며, 적어도 최근 한미 양국에서 제기되는, 북한이 남한을 가스라이팅한다는 주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지난 30일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초반인 2017년 한미관계를 가리켜 "속된 표현으로 미국이 우리의 '삥'을 뜯은 거였고, 당시 우리는 '빵셔틀' 취급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혈맹이라더니 무기 사라고 압박하고, 철군한다 위협하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했다"며 트럼프 정부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미관계, 어느 때보다 굳건"… 외교원장 발언과 선 그은 외교부

    김 원장의 주장은 곧 논란이 됐다. 외교관 양성 기관의 장인 차관급 인사가 한미관계를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지배하고 착취하는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것이 문제였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가 수습에 나섰다. 외교부는 3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해당 저서는 국립외교원장이 국제 정치와 한미관계를 전공한 학자로서 개인적 소신과 분석을 담아 저술한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한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지난 70년간의 한미동맹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안보는 물론, 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도 뒤늦게 외교부를 통해 해명을 내놨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원장은 "해당 저서에 기술된 일부 용어가 현재의 한미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며, 문재인정부와 바이든 정부에서의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호혜적"이라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저의 책은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도 없으며, 국제정치와 한미관계를 평생 전공한 학자로서의 개인적인 소신과 분석을 담은 글"이라고 소개했다.

    김준형 원장, 2017년 대선 캠프 합류… '연정 라인'으로 분류되기도

    앞서 출판사 창비도 해명자료를 내고 "저자가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가스라이팅한다고 하는 데 대한 반박으로 제기한 것"이라며 "예컨대 한미 FTA 과정에서 우리 측 협상자들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다는 사례나 민경욱 전 의원이 미국에 가서 문재인정부를 끌어내리라고 시위를 한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2017년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안보상황단에서 활동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연정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꼽힌다. 2019년 국립외교원장이 되기 전까지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