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무소속 의원 2020년 고교 역사교과서 8종, 중학교 역사교과서 6종 분석
  • ▲ 해군 제2함대 서해수호관에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부조를 어루만지는 유족.ⓒ해군 제공
    ▲ 해군 제2함대 서해수호관에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부조를 어루만지는 유족.ⓒ해군 제공
    오는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날'을 맞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및 보조교재 대부분이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서해수호' 영웅들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하거나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수호의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일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날로 명명하고 기념일로 지정했다.

    "중·고등학교 모두 제2연평해전 서술 전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무소속 의원이 23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역사 보조교재를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 학생들이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을 막아낸 서해수호 용사 55인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조사 결과, '2018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0년부터 사용된 중학교 역사교과서 6종과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8종 모두 '제2연평해전'과 관련한 서술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 교육과정 개정 전에는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총 9종이었고, 이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가 유일하게 제2연평해전을 비롯해 북한의 도발과 서해수호 역사를 정확히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교학사는 '진보·좌파'단체의 채택거부 운동 대상으로 낙인찍힌 뒤 이번 새로운 교육과정을 적용한 검정 교과서 발행을 포기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월드컵 당시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침범해 일으킨 해전이다. 당시 북한군의 선제 기습포격을 당한 참수리 357호정이 즉각 응전해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를 차단했으나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2010년 북한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이 격침된 '천안함 피격 사건'(3월)과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우리 군과 민간인까지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10월)도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실리지 않거나 제대로 서술되지 않았다.

    천안함 피격으로 인해 대한민국 해군 장병 40명이 전사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실종 장병 구조작전을 수행하다 고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또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우리 해병대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 삭제 또는 단어 나열"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과서 8종 가운데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내용을 비교적 정확히 서술한 것은 2종(금성·동아)에 불과했다.

    반면 해냄에듀·씨마스·천재교육 3종은 '천안함 피격'을 '천안함 침몰' 혹은 '천안함 사건'이라는 표현으로 격하하는 등 북한이 도발 주체라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침몰'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천안함 사건은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미래엔·비상·지학사 3종의 경우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 등의 내용을 아예 삭제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5종의 교과서에서 아예 서술되지 않았고, 미래엔 1종은 '천안함 사건'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연평도 포격 내용 또한 지학사·금성 2종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나머지 4종은 '연평도 포격'이라는 단어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임수경 방북사건은 상세히, 北 서해도발은 생략"

    나아가 김 의원이 전북·광주·세종·강원 4개 시·도교육청에서 공동 개발해 2020년 1월부터 중·고등학교에 배포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를 살펴본 결과, 중학생 보조교재인 <주제로 보는 역사>에서는 '중립화 통일론' '남북협상론' '임수경 방북 사건' '남북 학생회담' 등 '남북교류'와 관련한 내용은 상세하게 다룬 반면 제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사건은 서술하지 않았고,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설명 없이 '단어 나열' 수준으로만 담는 데 그쳤다.

    또 김 의원은 고등학생 대상으로 배포된 보조교재 <주제로 보는 한국사>도 내용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교재는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서는 자세히 서술하는 반면, 그 이후 북한의 도발은 생략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계기교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해수호의날'과 관련한 계기교육을 실시한 교육청은 대구·대전교육청 두 곳뿐이었다.

    "우리 장병들의 숭고한 정신 기억해야"

    김 의원은 "제6회 서해수호의날과 천안함 11주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하여 '북한 소행'을 부인하는 온갖 억측과 허위사실들이 난무한다"며 "이 가운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도 역사가 삭제됐거나 자세한 설명이 매우 부족한 교육현실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가 아닌 균형 잡힌 시각의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며 "목숨 바쳐 북한군의 도발에 맞선 우리 장병들의 숭고한 정신과 그 역사는 반드시 기억하고 제대로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