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과 다주택자, 월세 전환·임대료 올려 버틸 것… 결국 임대인·임차인 모두 힘들게 하는 정책"
  • ▲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7개 시·도 중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무려 70.68% 올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뉴시스
    ▲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7개 시·도 중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무려 70.68% 올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뉴시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공시가격이 오름에 따라 보유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부동산 매수세가 꺾여 시장이 진정됐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시가격 인상이 오히려 매수세를 증가시키고 결국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최근 시장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공시가 인상이 아니라 결혼 감소와 종부세 회피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시가격 인상이 부동산 매매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분석의 메커니즘은 이렇다. 

    공시가 인상에 따라 주택 소유자들의 부동산 보유세가 늘어나는데, 늘어나는 세 부담이 상당부분 임차인들에게 전가된다. 임대인들은 내야 할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동기를 갖게 되고,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이 줄어든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자연히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세 물량 부족과 전셋값 상승은 다시 주택 매수세로 이어지며, 결국 수요 증가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공시가 인상→월세 상승→전세 감소→매수세 증가→매매가 상승

    서울시 부동산 자문위원을 지낸 뒤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 '아파트포유'를 운영하는 이종원 대표는 22일 통화에서 "현재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임대차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이 오르면 임대차 물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며 "신혼부부·직장이전·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신규 수요는 시장에 상존하는데 임대차 물량이 줄면 당연히 매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공시가격 인상이 다주택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조만간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는 이상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돌리는 등 어떻게든 보유 물량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게다가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가 지금처럼 높게 유지되는 한, 공시가 인상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건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다주택자들 세 부담, 임차인에게 전가"

    한국감정평가학회 회장을 맡은 정수연 제주대 교수 역시 '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 문제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통화에서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이 늘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은 단견이다. 임차인들에게 월세 부담을 늘려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또 내년 대선에서 여권이 세금감면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공시가 인상이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통화에서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며 "공시가 인상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혼 감소, 종부세 회피 물량으로 일시적 안정세… 7월부터 매물 마를 것"

    최근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는 이유는 공시가 인상이 아닌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원 대표는 "2~5월은 신혼부부 신규 수요 혹은 이전(이사) 수요가 나타나는 시점인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특히 결혼 등 신규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누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오는 5월31일이 종부세 기산일이라 그 전에 부동산을 처분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종부세 회피 물량이 조금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ㅗ 전망한 이대표는 "하지만 7월부터는 늘어난 종부세가 매도호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7월부터는 늘어나는 양도세로 시장에 매물이 더욱 마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나타나는 일시적 시장 안정은 오히려 7월부터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