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기소' 지시 내린 것과 다름없어"… 검찰 내부서도 반발 조짐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취임 49일 만에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부장들이 회의를 열고 심의하라는 취지인데, 대검 부장들 대부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시절 임명돼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미 검찰에서 결론을 내린 사건을 재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 장관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남관 검찰총장직무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성명을 보내 박 장관의 수사지휘와 관련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열어 재심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대검 감찰정책연구관)가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조남관 대행 "회의에 고검장 참여시키겠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대검 부장회의에서 심의하라고 한 것이 오히려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회의에 참여할 대검 부장들이 친(親)정부성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탓이다. 

    현재 대검 부장은 조종태 기획조정부장과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 7명이다. 

    이 가운데 이종근·이정현·한동수 부장은 대표적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이종근 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를 주도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월 박 장관을 만나 이종근 부장 등 대검 참모들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장관은 조종태 부장을 임명한 것 외에는 기존 추 전 장관이 임명한 인사들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조 대행이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여시키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행은 성명에서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기소를 지휘한 것은 직권남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에도 무리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사실상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박 장관의 수사지휘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서 반발 조짐

    검찰 안팎의 반발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18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장관은 지난 2015년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며 "5년 뒤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 물사건을 수사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같은 날 검찰 내부망을 통해 당시 재소자 조사를 담당했던 후배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양 검사는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양 검사가 언급한 후배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지낸 이완규 변호사도 SNS에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청법상 검사의 단독 관청성과 지휘 체계에 따른 의사결정 체계에 위배되는 지시를 했다"면서 "대검 부장회의가 그 사건에 관해 결정할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