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망자 관련 추측성 보도엔 필요조치"… '블라인드' '부동산 카페' 등선 "LH 비리 얼마나 뿌리깊은지 짐작"
  • ▲ 10일 자정께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LH본사 건물 내부에 불이 켜져 있다. ⓒ정상윤 기자
    ▲ 10일 자정께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LH본사 건물 내부에 불이 켜져 있다. ⓒ정상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LH 측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LH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LH는 지난 13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LH "추측성 보도 대다수 직원에게 허탈감. 자제해달라"

    LH는 특히 "조사 초기 단계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는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대다수 직원들에게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고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유족들에게도 큰 상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망자와 관련된 잘못된 보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추측성 보도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13일 오전 10시께 경기 파주시의 한 컨테이너에서는 LH 파주사업본부 간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전날에는 전북 LH본부장을 지낸 B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하기도 했다.

    LH 직원의 사망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 가운데에도 LH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를 비롯해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LH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회사원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던 직원들이 한 둘은 아닐 것 같은데 자살하는 분들의 심리는 뭘까?"라며 "혹시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사라지면 재산환수도 안되나?"라고 물었다.

    또 다른 회사원은 "혐의가 있는데 자살했다면 주변인과 친인척까지 사방팔방 더 광범위하게 수사를 확대하고 사후 조사결과 발표도 해야 한다"며 "이게 여러 사람 살리는 길이다. 중간에 죽으면 더 손해본다는 인식을 심어야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연결고리 사라지는 듯" 의혹 봇물

    이 밖에도 "전수조사 들어가서 비리 밝혀지면 이제까지 해먹은거 다 환수한다니 나 한 몸 희생하면 대대손손 금수저로 잘산다 이거지" "자살하는 이유는 원래대로 돌아가는게 그만큼 싫었다는 의미인가" "국민께 죄송하면 수긍할 만한 마땅한 대가 꼭 치르고 수사에 협조적으로 임하면 된다. 목숨 함부로 버리면 뒷세대까지 악한 영향 받는다"는 등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 ▲ 14일 오전 '블라인드'에 올라온 LH에 대한 비난 댓글. ⓒ블라인드 캡쳐
    ▲ 14일 오전 '블라인드'에 올라온 LH에 대한 비난 댓글. ⓒ블라인드 캡쳐
    부동산 카페 등에서도 "자살한 LH직원을 집중조사해보면 그뒤에 거물급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자살을 해?" "성남의 투기 의혹 없는 LH직원이 자살할 정도면 LH내에 얼마나 비리가 만연해 있고 뿌리가 깊은지 짐작이 간다. 이 정도 될 때까지 몰랐다면, 알고도 괜찮다고 나뒀다면 조직과 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구제불능 싹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LH 고위간부의 자살?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들 하나둘 사라지는 듯한 느낌. 즉 꼬리 자르기" 등의 게시글이 올랐다.

    한편 창사 12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은 LH는 이번 사태로 크게 어수선한 분위기다. 간부급 직원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데다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LH 내부에서도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H 내부 분위기 뒤숭숭… "뭐라 할 말 없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LH 부장급 직원은 "창사 이래 이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한 점의 의혹이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난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 차장급 직원은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대다수 직원이 토지·주택 관련 정보에 민감하고 대화 주제에 부동산 얘기도 많이 오르내린다"면서도 "직원들이 보상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땅을 매입해 나무를 심고 투기를 했다면 용납되기 힘든 일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손가락질해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