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현 박사 “美대북협상 의지 시큰둥할 때 대비해 경제긴축정책…‘핵군축’으로 전환이 목표”
  • ▲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김정은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김정은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지금보다 파괴력이 강하고 사거리가 긴 핵무기를 대량생산해 미국의 비핵화 시도를 포기하게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나온 ‘경제발전’ 또한 이를 위한 장기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일 내놓은 보고서 ‘북한의 새로운 병진정책: 핵개발과 경제 긴축정책(North Korea’s New Byungjin: Nuclear Development and Economic Retrenchment)’에서 “북한은 더 강력하고 사거리가 긴 핵무기를 대량생산해 미국이 지금과 같은 비핵화를 시도할 수 없게 만드는 장기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내놓은 경제정책을 근거로 지적했다.

    고명현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당 대회 보고를 통해 내놓은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경제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하며 “이 정책으로 결국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 심해지겠지만 북한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줄어 대북제재 충격까지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 1월 제시한 경제 긴축정책은 정권과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에 대비해 경제상황을 안정시키려는 김정은의 적극적 대응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정부가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미북 간 협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이럴 때를 대비해 핵무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긴축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고 위원은 지적했다. 언젠가 있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협상 대상물(Bargaining Chip)’을 최대한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바이든 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힐 때까지 기다릴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고 위원은 “만약 바이든 정부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은 미국에게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