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쓴소리' 김태규 전 판사 촌철살인 칼럼집… '사법부 편향-유린' 조목조목 지적
  • 조국 사태, 공수처 설치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좌편향된 사법부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소신판사' '법관의 양심' '미스터 쓴소리 판사' 등으로 불리는 김태규(54·사법연수원 28기)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그동안 페이스북에 썼던 46편의 육필원고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도서출판 '글마당'이 펴낸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나라'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사법부가 어떻게 편향되고 유린(蹂躪)돼왔는지 정통 법조인이 조목조목 지적한 '쓴소리 모음집'이다.

    지난달 22일 퇴임한 저자는 법복을 벗기 전 현직 부장판사 신분으로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여느 법조인들이 쓴 단순한 법창야화(法窓夜話)가 아닌, 이 나라 사법부의 정직한 실록(實錄)이자 정사(正史)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나라 ▲영장 자동발매기 ▲한반도와 그 주변, 그리고 법 ▲당신이 인권변호사라고? ▲판결문에 낙서하지 마라 ▲적폐청산의 원동력,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등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법치주의'나 '적법절차의 원리'가 유독 어느 특정 정권에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법원이 수호해야 할 정신은 헌법과 법률, 법 원리만이 있을 뿐"이라며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정신'을 거론한 것에도 쓴소리를 가한다.

    "법을 말하고자 했고 법을 침해하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다 보니, 법을 훼손하고 무시하는 반대편에 권력과 정권이 있었다"며 현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저자는 결과적으로 그들을 향한 비판이 됐지만, 이 책은 현재의 권력과 정권만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새 정권이 공수처로 야당이나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를 탄압하고자 무리한 수사를 한다면 그 역시 반대할 것이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대통령이 대법원 한가운데 서서 태극기집회의 정신을 받들라고 한다면 그 정치적 함의가 무엇이든 여전히 반대할 것"이라며 결코 정치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기를 드러낸다.

    저자는 거짓 해명 논란에 휘말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도 신랄한 일침을 가한다. "법관의 업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찾아내는 일인데, 법관의 수장이 거짓말을 한 형국(形局)이 됐으니, 이제 법관들이 국민을 상대로 뭐라 말할 처지가 못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많은 목소리들을 두고, 결코 무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어쩌면 그것만이 대법원장이 법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후배 법관들의 자존심을 되돌려 주는 마지막 희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는 뼈 있는 조언을 건넨다.

    ■ 저자 소개

    196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 학성고등학교,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학사)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 법학과(석사),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해사법학과(박사)와 미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사법연수원(28기)을 마치고 부산지방법원과 창원지방법원 판사, 부산지방법원과 울산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까지 골고루 거쳤다. 그 과정에서 3000여 명의 현직 판사들 가운데 가장 열정적으로 점점 정의와 멀어져가는 법조계 안팎의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들에 관한 소신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으로부터는 'Mr. 쓴소리 판사'로 불리면서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울산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가장 우수한 법관에도 뽑혔다.

    그는 "법관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나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 있는 한마디의 메시지를 던진 채 지난 2월22일자로 부산지방법원 민사제2항소부 부장판사를 사임하고 재야 법조인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