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동원력, 정당별 국고보조금 + 윤석열 변수가 '단일화' 결정… '몇 번 기호냐' 놓고 신경전
  • ▲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4일 확정됐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오 후보. ⓒ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4일 확정됐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오 후보.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확정된 4일,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에 관심이 증폭됐다. 

    야권 단일화를 위한 물밑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의 쟁점으로 '선거자금'과 '조직 동원력' 그리고 '윤석열 사퇴'라는 말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는 보조금 없어... 정당별 국고보조금은 국민의힘 1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01~20년 연도별 국고보조금 지급 내역에 따르면, 각 정당은 재·보궐선거 때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았다. 정치자금법 등 현행법에도 임기만료로 인한 선거가 아닐 때 선거보조금이 지급된다는 규정은 없다. 

    정당 보조금은 매년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과 대통령선거·국회의원총선거 등 '선거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이번 4·7 재·보궐선거에는 선거보조금이 안 나오는 만큼, 각 후보는 정당별 국고보조금 등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관위에 공개된 2020년 정당별 국고보조금은 국민의힘 약 361억원, 더불어민주당 327억원, 국민의당 10억원 등이었다. 이번 재·보궐선거 비용은 후보자별로 수십억원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15%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 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당 보조금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당 조직력 무시 못한다"... "윤석열 변수도 커"

    그러나 "선거자금 외에 제1야당의 조직 동원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박도 뒤따른다. "40~70% 투표율을 기록한 대선·총선 등에 비해 투표율이 30%대로 저조한 보궐선거의 경우에는 각 당의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어려운 점, 과거와 달리 SNS를 통한 선거운동 등 달라진 시대상황을 근거로 '조직력은 옛말'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보궐선거에서는 정당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 "야권 단일화는 무조건"이라고 공감대를 형성한 국민의힘·국민의당 양측에서 '기호 몇 번으로 출마하느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사퇴'라는 변수도 더해졌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확정된 4일 오후, 윤 전 총장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한 윤 총장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상 정치행보라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종현 기자
    이를 두고 안 후보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다면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를 통할 가능성이 큰 만큼, 안 후보가 '기호 4번'으로 나서는 것이 향후 윤 전 총장 세력까지 흡수하기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치분석가들 "단일화 확실해 보이지만..." 

    정치분석가들은 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는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안 후보가 최종후보가 될 경우 '기호 몇 번'을 달고 나가느냐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가 야권 내 최종 단일후보가 돼 기호 4번을 달고 나가면 조직력·선거자금 등에서 여권에 밀릴 수 있다"며 "또 국민의힘이 안 대표를 돕는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규정으로 인해 도울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 총장으로서는 안 대표가 기호 4번으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둥지를 마련하기에 좋을 것"이라며 "윤 총장 사퇴도 국민의힘과 안 대표 간 실무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 등도 변수지만 '선거자금' 문제도 의외의 변수"라며 "안 후보가 최종 단일후보로 됐는데 기호 4번으로 나갈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자금을 들여 조직을 가동할지 등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게다가 '윤석열 변수'까지 불거져, 윤 전 총장이 향후 제3지대에서 정치활동을 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면서 "김종인 위원장 및 국민의힘으로서도 향후 정국주도권을 제3지대 인물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단일화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선거자금과 조직력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안 대표가 '기호 4번'으로 나가든 '기호 2번'으로 나가든 선거자금과 조직력 문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