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성기범, 남부지검 정경진, 청주지검 김민아 잇달아 '실명 비판''법조삼륜' 대한변협도 비판성명… 민주당 "발의 시점 특정 안 해" 물러서
  •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입장 발표를 하고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입장 발표를 하고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탄식과 함께 연대 움직임이 포착됐다. 

    여당이 중수청법 발의 시점을 특정하기라도 하면 즉각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여기에 변호사단체에서도 중수청법 반대성명을 잇달아 내놓으며 윤 총장과 검찰을 지지하고 나섰다.

    여당은 이를 의식한 듯 "발의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저자세로 돌아섰다. 

    尹 "내가 그만둬야 중수청 멈추지 않겠나" 주변에 토로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 한다"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온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수청을 막을 수 있다면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길에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이 강행되면 총장직에서 사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다 결국 하루 만인 이날 급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윤 총장은 자신의 사퇴만이 중수청법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총장이 중수청법에 반대하며 사퇴한 상황에서 여당이 법안을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을 다녀온 후 측근들에게 "내가 그만둬야 중수청을 멈추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일선 청 "중수청법, 형사법 집행 공백 우려" 종합 의견

    윤 총장의 이 같은 결단은 검찰 안팎의 집단반발 움직임에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중수청법안과 관련 "형사법 집행의 공백이 우려된다" "대형 경제범죄 등 중대범죄를 '수사 없는 기소' '기소 없는 수사'로 맞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일선 검찰청의 종합 의견을 취합해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지검의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의 선택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탄식하는 분위기"라면서 "이미 내부에서는 '중수청법 반대'에 대한 공론이 모아진 상태다. 당장은 여당이 추후에 발의를 강행하면 검란까지 일어날 거라 예상한다. 그 정도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중수청법은 검찰 기능을 완전히 빼앗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검찰이) 가만히 두고 보겠나"라며 "수장이 직까지 내던졌으니 집단적 비판 목소리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선 검사들 '실명비판' 더욱 거세질 듯 

    실제로 일선 검사들은 실명비판을 통해 중수청법 반대 움직임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김민아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연수원 34기)는 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고, 그로 인한 손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현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제도의 개악 절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앞서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1기)도 2일 '이프로스'에 "중수청이든 공수처든 실질적으로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관이 없다면 지금의 상황은 또 다시 초래될 것"이라며 "국민의 권익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도 같은 날 '이프로스'를 통해 "중수청은 구 일본제국의 특별고등경찰과 같다"며 "중수청은 대놓고 하나의 경찰조직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소위 6대 범죄에 관한 수사에 관한 직무를 개정 검찰청법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대로 씻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법조 삼륜' 변협도 "중수청, 사실상 검찰 해체" 

    여기에 법원‧검찰과 함께 '법조 삼륜'으로 분류되는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검찰에 힘을 보탰다. 

    변협은 4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이 권력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 능력을 약화해 결과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잠식할 것"이라며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면 사실상 검찰을 해체하는 것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여당은 돌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눈치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당초 3월 초 발의, 6월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4일 "발의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면 그 시점에 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