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특별고등경찰" 성기범 중앙지검 검사 이어…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검사 또 비판법무부-검찰, 중수청·임은정 수사권 두고 갈등 재연… 입법 강행하면 '검란' 우려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는 모양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걸겠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일선 검사들도 잇따라 비판 의견을 냈다. 여권이 중수청 입법을 강행한다면 검사들의 집단 사표·성명 등 제2의 검란(檢亂)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을 두고도 갈등을 빚어 당분간 사태가 진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수청 설치는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수청 설치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로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직접수사권을 모두 중수청에 넘기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공소청으로 전환돼 기소 및 공소유지, 영장청구권만 갖게 된다.  

    중수청 설치, 임은정 수사권 두고 갈등 표면화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중수청 설치는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 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입법"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법안 추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일 "(윤 총장을) 만날 생각도 있다"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이고, 아직 법안 제출이 되지 않았다"며 "검찰 구성원들의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일견 중수청 설치에 따른 검찰 내부 의견을 듣겠다는 의사로 들리지만, 검찰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박 장관이 이미 지난달 7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배제하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 윤 총장과 두 차례 만나며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지검장의 교체를 요구한 윤 총장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에서는 "(박 장관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일 윤 총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추가 질의응답에 응한 검찰 관계자 역시 윤 총장과 박 장관의 만남이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임 연구관에게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겸임하게 했다. 이에 대검은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법무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검 사무분장규정에 적시된 정식 직제 또는 검찰총장의 위임이 병행돼야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 연구관이 맡은 감찰정책연구관은 규정에 없는 비직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감찰 기능 강화 차원에서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라며 "검찰청법에 따라 문제없다"고 회신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사팀의 위증의혹 등을 수사를 위해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임 검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권을 부여받은 지 7일 만에 시효 각 4일과 20일을 남겨두고 윤 총장님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님 지시로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밝혔다. 

    대검은 그러나 "검찰총장은 애당초 임 연구관에게 한명숙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검란' 발발 조짐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진다면 검사들의 집단사표와 성명 등 '제2의 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잇따른 비판여론에도 여권이 결국 중수청 입법을 강행한다면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윤 총장을 향한 법무부의 징계가 청구되자 전국의 지검장과 고검장, 평검사들이 모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실제로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 조짐이 포착됐다.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중수청과 공소청이 "중국의 인민검찰원'을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도 1일 "여권이 구 일본제국의 유령을 소환하고 있다. 사상 관련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꾸린 조직인 고등특별고등경찰"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