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신학기 학교 운영방안'… 선생님들 "탁상 행정으로 방역에 구멍" 우려
  • ▲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의 '2021학년도 신학기 대비 학교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광주 서구 광천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띄어앉아 밥을 먹는 모습. ⓒ뉴시스
    ▲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의 '2021학년도 신학기 대비 학교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광주 서구 광천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띄어앉아 밥을 먹는 모습. ⓒ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교원단체들은 학교 현장에서의 감염병 확산 가능성과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 등교할 수 있는 '소규모 학교'의 범위를 확대해 등교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2021학년도 신학기 대비 학교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운영방안에는 등교 방식과 원격수업, 급식 등 올해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먼저 원격수업의 경우 실시간 쌍방향 소통 수업을 기본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쌍방향 소통 수업은 교과나 학습자의 특성에 따라 화상수업, 채팅, 콘텐츠 활용, 과제 제시 등의 방식을 혼합해 진행할 수 있다. 지난해 원격수업이 이뤄진 후 EBS(교육방송) 강의만 올리는 등 단방향 강의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유치원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 실시간 쌍방향 소통 수업을 강화하기 어려우므로 실물자료 중심의 놀이꾸러미와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해 소통한다.

    "급식시간 밀집도↑… 학생들 코로나19 취약 환경 내몰아"

    문제는 올해부터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이 희망할 경우 학교 급식을 제공하는 '탄력적 급식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는 탄력적 급식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한 뒤 급식·방역 여건과 교통안전 등을 고려해 급식 시행 여부와 시기를 결정한다. 급식 희망자가 많으면 저학년 등 우선순위를 정해 먼저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일찍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급식 운영은 학교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 상황에 예기치 못한 균열을 낼 수 있다"며 "특히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높은 급식시간에 밀집도를 높인다는 건 학생들을 코로나19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환경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교사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방역 인원 근무시간 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도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들 관리, 방역 일을 병행하면서 신경 쓸 게 많다"며 "급식만 먹으러 학교에 오는 학생들까지 생긴다면 업무 과부하로 방역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력적 급식 사업은 학교 현장을 모르고 결정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일선 교사들은 이 사업에 불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매일 등교 가능 학교 수 늘자, 학부모들 걱정도 늘어

    전교생 매일 등교가 가능한 '소규모 학교'의 숫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났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학원과 양천구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해 방역에 대한 불안이 생겨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재량껏 매일 등교가 가능한 '소규모 학교'의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전까지 전교생 300명 이하 규모 학교만 매일 등교가 허용됐지만, 올해부터는 '전교생 300~400명 이하'와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한 학교도 매일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31곳, 중학교 118곳, 고등학교 31곳 등 총 280곳의 학교가 전면 등교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32곳과 비교해 148곳이나 증가했다. 유치원은 현원 60명 이하·학급당 현원 15명 내외인 경우 매일 등교가 가능하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하향됨에 따라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밀집도 적용 원칙에서 제외되면서 매일 등교를 할 수 있게 됐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매일 등교가 가능하다.

    이를 두고 예비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수진(여‧39) 씨는 "아무리 학교가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면 집단 감염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일 등교는 거의 해본 적 없는 일인데 정부를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에 서울시교육청은 방역 대응을 위한 재정과 인력 지원도 확대한다. 교육부·자치구와 협력해 각 학교에 방역 인력 9000명을 지원하고, 1000명 이상 과대 학급을 대상으로 보건지원 강사 250여 명을 배치한다. 또 각 학교 기본운영비의 10% 이상은 방역 활동 등을 위한 대응 예산으로 의무 편성하도록 했다.

    학부모 10명 중 7명, 전교생 3분의 2 등교에 찬성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 '3분의 2'로 등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과 중학생의 경우 전교생 '3분의 1'까지 등교하는 게 원칙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19일 서울시 거주 초·중학교 학부모 16만1천203명과 교사 1만729명을 대상으로 ‘등교 확대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등학생 학부모의 74.2%, 예비 중1 학생 학부모 76.3%, 나머지 중학생 학부모 70.7%가 거리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의 3분의 2가 등교하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교사의 57.1%, 중학교 교사의 51.7%도 이와 같은 등교 원칙 완화에 동의했다. 등교 원칙 완화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로는 '학교생활 적응'이 가장 많이 꼽혔다. 등교 원칙 완화에 반대하는 경우 초등학생 학부모(60.7%), 예비 중1 학부모(59.9%), 타 학년 중학생 학부모(64.8%), 초등학교 교사(65.3%), 중학교 교사(76.1%) 모두 '학교 내 거리두기의 어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중학교 1학년을 밀집도 예외로 인정해 매일 등교시켜야 한다는 의견에는 예비 중1 학부모의 71.8%가 찬성했다. 타 학년 중학생 학부모의 찬성률은 55.2%로 예비 중1 학부모에 비해 낮았다. 중학교 교사들은 찬성이 52.9%로 반대(47.1%)보다 소폭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