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윤석열 패싱' 인사 기습발표… 野 "충성파 홍위병으로 돌려막기"
  • ▲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에 발령했다. 문재인정권에 호의적 모습을 보였던 고위검사들이 영전함으로써 향후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는 9일자로 대검 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한다"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결원 충원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주요 보직 인선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으로 최소한도 규모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이 지검장은 앞으로도 '채널A 사건' '윤석열 총장 처가·측근' 등 사건 수사를 이어가며 상관인 윤 총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옵티머스펀드 사기의혹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라인' 알려진 심재철, 윤석열 징계 실패에도 영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라임자산운용 검찰·정치권 로비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장을 맡게 됐다. 검찰 내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심 국장은 지난해 연말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실패해 책임론에 휘말렸지만 도리어 영전했다.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도 유임됐다.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는 이정수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이 맡는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 검사장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돼 앞서 좌천됐던 자리를 유지했다. 박 장관은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맡은 문홍성 수원지검장 등 주요 수사지휘부는 그대로 뒀다.

    이번 법무부 인사도 추미애 장관 때처럼 사실상 윤 총장의 의견을 '패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 2일과 5일 윤 총장을 만나 검찰간부 인사와 관련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이성윤 지검장이 내부 지휘권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는 휴일인 일요일에 인사안을 발표하면서 윤 총장 측에 발표 시점이나 범위, 내용 등은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내에서는 법무부가 대검 측과 구체적으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검찰간부 인사를 발표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정권옹위부의 오기 인사"

    야당은 이날 법무부 검찰간부 인사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박 장관의 첫 검찰간부 인사는 "정권옹위부의 오기 인사"라며 "정권 말기의 권력 수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법무부 본부와 야전사령부 자리를 충성파 홍위병으로 돌려막기 했다"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바뀌어야 할 요직은 말뚝처럼 박아 놓았다. 정권이 다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어차피 내 맘대로 할 인사였다면 박 장관은 뭐하러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척 거짓 연극을 했나. 이렇게 '추미애 2기'가 시작된다"고 개탄했다.